[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는 별거 아닌 일이라 웃고 농담했는데, 감독님께서 한말씀 하시더라."
에버턴전에서 4골을 몰아친 첼시 콜 팔머가 '포트트릭'보다 화제가 된 페널티킥 쟁탈전 후 라커룸 분위기를 공개했다.
첼시는 1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퍼드브리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에버턴과의 홈경기에서 팔머의 4골 활약에 힘입어 6대0 대승을 거뒀다. 팔머는 전반 13분, 18분. 29분 전반 30분 채 되기 전에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후반 19분 페널티킥으로 4골을 몰아치며 리그 27경기 20골, 맨시티 엘링 홀란과 나란히 득점 공동선두로 나섰다. 승점 47점(13승8무10패)으로 승점 48점의 8위 웨스트햄을 1점차로 따라붙었고, 승점 50점의 6위 뉴캐슬, 7위 맨유를 바짝 위협했다.
그런데 이날 팔머의 미친 활약보다 화제가 된 건 후반 19분, 페널티킥을 둘러싼 해프닝. 이미 4-0으로 앞서나가던 상황, 팔머가 PK를 유도한 직후 볼을 집어들었으나 노니 마두에케와 니콜라스 잭슨이 달려들어 서로 차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세 선수가 서로 차겠다고 나선, 보기 드문 장면. 첼시 주장 코너 갤러거가 마누에케에게 공을 빼앗아 '해트트릭 영웅'이자 팀 키커인 팔머에게 넘기자 이번엔 잭슨이 달려들었다. 팔머가 잭슨을 밀치며 공을 사수했고 갤러거가 상황을 정리, 쟁탈전은 일단락됐다. 캡틴의 호위 아래 '정적'을 제거한 팔머가 언제나처럼 가볍게 PK를 성공시키며 20호골, 리그 득점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이 장면으로 인해 선수단은 팬들과 축구해설가는 물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으로부터 혹독한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팔머를 비롯한 첼시 선수단은 이 장면을 웃고 넘긴 모양새다. 경기 후 이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은 팔머는 "서로 PK를 차려고 했던 건 팀 분열의 증거라기보다는 책임감을 갖고, 책임지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머는 "다른 선수들도 페널티킥을 원했고 이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4-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제가 페널티킥 키커이기 때문에 제가 키커를 하고 싶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우리는 모두가 책임을 지고 싶어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언쟁은 좀 지나쳤을지 몰라도 모두가 승리하고 팀을 돕고 싶어한다"고 해석했다. "별거 아닌 일이라 웃고 농담으로 넘겼는데 감독님이 이 부분을 말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날 후반 교체 투입된 지 2분 만인 후반 45분 첼시의 6번째 골,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알피 길크리스트는 "우리 모두 그 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웃고 넘겼다는 선수들에 비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심각하고 냉정했다. PK 앞에서 팀을 잊고 어린애처럼 행동한 선수들을 질책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도 알고 있고, 구단도 팔머가 페널티킥 전담 키커란 걸 알고 있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 정말, 정말 화가 난다. 전세계 사람들이 우리 경기를 보고 있는데 이런 장면을 보여줘서는 안된다. 팬들께 사과하고 싶다. 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규율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라며 팀 스피릿을 망각한 선수들의 이기심에 실망감을 전했다. "나는 이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매우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