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창원 LG가 수원 KT의 에이스 허 훈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LG는 16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KT를 78대70으로 제압했다. 역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78.8%(41/52)다. 허 훈이 단 2점으로 막힌 KT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LG는 4강에 직행했다. 3월 31일 시즌 최종전을 소화하고 약 2주를 쉬었다. 3위 KT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3승 1패로 제압했다. 11일에 4차전을 치른 KT도 4일 동안 체력을 보충했다.
조상현 LG 감독은 내심 아쉬운 마음을 농담삼아 표출했다. 그는 "(KT가)5차전에 연장전까지 하고 왔어야 했는데"라며 웃었다. 장단점은 분명하다. KT가 LG보다 먼저 지치겠지만 경기 감각은 우위다. LG는 휴식이 길었던 만큼 실전 분위기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조상현 감독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 그는 "어제(15일) DB가 1쿼터에 (경기 감각을)못 찾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일단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면서 풀어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LG처럼 4강 상대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던 DB는 1차전에서 KCC에 83대95로 완패했다. 조 감독은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비디오미팅도 많이 했고 연습경기도 두 번 했다. 포스트는 우리가 강하기 때문에 이관희 이재도 유기상이 앞선에서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송영진 KT 감독은 '마레이 봉쇄' 특명을 내렸다. 그는 "일단 마레이와 상대 외곽슛을 막아야 한다. 마레이 디펜스를 몇 가지 준비했다"며 나름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격은 역시 허 훈과 배스를 믿었다. 송 감독은 "LG가 자리를 잡기 이전에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미 수비 진형이 갖춰진 이후에는 버겁다"라며 속공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자리가 잡힌 상황에서는 최대한 허 훈과 배스에게 찬스가 나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승부는 의외로 싱겁게 갈렸다. LG는 DB와 달리 1쿼터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다. LG는 KT를 사정권 내에 잡아두고 침착하게 따라갔다. KT는 허 훈이 침묵했다. 2쿼터 중반이 지나면서 창원 홈팬들의 함성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KT는 2쿼터 한때 30-18로 꽤 달아났다. 여기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휘어잡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LG는 배스를 끈질기게 괴롭히며 공격을 방해했다. 야금야금 추격해 오히려 KT가 쫓겼다. 배스는 36-34에서 호쾌한 덩크슛을 내리 꽂아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다. 그러나 LG는 마레이의 골밑슛으로 응수했다. 이관희와 이재도가 연속해서 3점슛을 폭발시켰다. LG가 42-38로 뒤집은 채 전반이 끝났다.
2쿼터 막판의 흐름은 3쿼터까지 이어졌다. 배스가 주춤하고 허 훈이 침묵하자 KT는 갈 길을 잃었다. 3쿼터가 끝났을 때 LG는 65-54로 멀어졌다. 4쿼터 초반 공격제한시간 1초를 남기고 던진 이재도의 3점슛이 골망을 가르자 LG 팬들은 승리를 예감했다.
창원=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