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 세상에 영원한 약자도 없지만, 영원한 강자도 없다.
포르투갈 축구를 대표하는 전통강호 FC포르투가 반 세기만에 굴욕적인 기록을 작성할 위기에 처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대표로 한국전에 출전했던 세르지 콘세이상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는 2023~2024시즌 리가 포르투갈(1부) 29경기에서 6패를 하는 부진 끝에 우승권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16일 현재, 승점 59점(29경기)으로 3위에 처져있다. 선두인 스포르팅CP(74점·28경기), 2위 벤피카(70점·29경기)와 각각 15점과 11점차다.
스포르팅이 17일 파말리캉 원정에서 비겨서 승점 1점만 획득해도 5경기를 남겨두고 승점차가 16점 이상으로 벌어져 우승 도전이 물거품된다.
구단 차제 '최단기간 우승 좌절'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커진다. 종전 포르투가 가장 빨리 우승 레이스에서 탈락한 시즌은 51년 전인 1972~1973시즌으로, 당시 8경기를 남겨두고 에우제비우가 이끄는 벤피카에 우승을 내줬다. 벤피카와 승점 21점 차이가 나는 4위로 시즌을 끝마치며 포르투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을 선사했다.
이후 가장 먼저 우승 실패 통지서를 받은 시즌은 2013~2014시즌으로, 당시엔 4경기를 남겨두고 우승 레이스에서 낙마했다. 당시 챔피언도 벤피카였다.
포르투는 포르투갈 최상위 리그에서 30회 우승한 전통명가다. 오직 벤피카(38회)만이 포르투보다 더 많이 우승했다. 포르투는 2015~2016시즌 이후 2위권 아래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17~2018시즌, 2019~2020시즌, 2021~2022시즌, 2년 주기로 우승했다. 2016~2017시즌, 2018~2019시즌, 2020~2021시즌, 그리고 지난 2022~2023시즌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랬던 포르투가 올 시즌에는 내리막을 타더니 현재는 스포르팅과 벤피카의 우승 경쟁을 구경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3위 자리도 위태롭다. 4위 브라가(59점)와 승점이 같고, 5위 비토리아(57점)에는 승점 2점차로 쫓기고 있다. 다음시즌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직행 티켓이라도 따내려면 어떻게든 3위를 지켜야 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포르투는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퇴장자가 발생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해당 3경기에서 에스토릴 프라이아에 0-1, 비토리아에 1-2로 패하고 파말리캉과는 2-2로 비겼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아스널과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친 것과 3월 벤피카를 5-0으로 대파한 게 지금까지 '유이'한 성과다. 2017년부터 팀을 이끈 콘세이상 감독은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반면 스포르팅은 2020~2021시즌 이후 3년만에 패권을 장악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리버풀과 같은 유럽 빅클럽과 연결되는 루벤 아모림 감독은 올 시즌 경기당 3골에 육박하는 83골을 폭발하는 화끈한 공격 축구로 우승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파말리캉전 승리시 2위 벤피카와 승점차를 7점으로 따돌릴 수 있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부진에 휩싸인 '전통강호'는 포르투 한 팀만 있는 게 아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최다 우승에 빛나는 아약스의 상황은 더 안 좋다. 아약스는 30라운드 현재 5위에 처져 다음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우승이 확실시되는 PSV 에인트호번과는 승점차가 33점에 달한다. 2년 전인 2021~2022시즌만 하더라도 PSV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쳐 최종 승자가 됐었다.
아약스는 지난 7일 페예노르트전에서 0-6 대참사를 당했다. 아약스의 씁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경기로 기억된다. 공식전 0-6 패배는 역사상 처음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