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꾹꾹 눌러참던 사령탑의 인내심도 바닥났다.
롯데 자이언츠에 지난주 6연패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영입한 FA 3인방이 모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롯데는 15일 1군 엔트리에 대규모 변화를 줬다. 포수 유강남과 내야수 정대선, 투수 박진형을 1군에서 말소하고, 투수 신정락 최이준, 포수 서동욱을 등록했다.
한현희가 '예비 FA' 구승민과 함께 1군에서 말소된 게 지난 10일, 이튿날은 노진혁이 2군으로 내려갔다. 15일 유강남마저 1군에서 제외되면서 총액 170억원에 달하는 FA 트리오가 2군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특히 유강남은 주전 포수다. 하지만 올시즌 17경기에서 타율 1할2푼2리(41타수 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363으로 극악의 부진을 보였다. 기대했던 안타, 홈런은 커녕 외야 뜬공 하나 보기 어려웠다.
특히 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회초 2사 만루에서 삼진, 6회초 1사 만루 3B0S 상황에서 4구째를 쳐 병살타를 기록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투수가 그대로 김상수였음에도 이례적으로 포수만 정보근으로 교체했다. 롯데는 이날 5대7로 패배, 삼성-키움에 2연속 스윕의 굴욕을 당하며 6연패에 빠졌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초부터 부진했던 이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보장했다. 다른 선수들이라면 진작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고,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을 상황임에도 "결국은 이 선수들이 해줘야한다", "조금 더 기다리며 기회를 주겠다"며 꾹꾹 참았다.
한현희는 이인복과의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났고, 개막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3월말 뒤늦게 합류했지만, 1군에 머무른 시간이 길지 못했다.
유강남과 노진혁은 롯데에겐 귀한 거포 자원이었다. 시즌 전만 해도 2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로 꼽혔다. 김태형 감독은 "타율은 2할 치더라도 홈런 하나씩만 빵빵 터뜨려주면 좋겠는데"라며 거듭 답답해했다.
170억 트리오 모두 팀을 이끄는 주축일 뿐 아니라 중견, 베테랑으로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선수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 부진의 부담감은 선수들에게 직격탄이다.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오가던 이들은 결국 연패 과정에서 모두 1군 무대에서 볼수 없게 됐다.
노진혁의 경우 대체 자원인 이학주나 박승욱에 비해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는 평. 신뢰를 되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최항과 손호영이 주전 공백을 파고들며 1군 한자리씩을 차지했다. 이학주도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치며 어느덧 주전 유격수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서동욱은 김태형 감독이 최근까지 1군 훈련에 동행시켜 컨디션을 살필 만큼 기대받는 자원이다. 지난해 육성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곧바로 등록선수가 될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2푼1리 OPS 0.943, 홈런 9개를 쏘아올릴 만큼 인상적인 타격을 과시한 바 있다.
최이준은 남다른 구위의 소유자다.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아 2군에서 충분히 던지고 오라는 뜻으로 1군에서 말소됐었다. 신정락은 베테랑으로서 경험을 더할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신인 전미르를 사실상 구승민의 위치에 두고 필승조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인 투수를 그렇게 쓰면 안된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긴 하지만, 좀더 편안한 상황에서 투입해야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다"며 속상해한 바 있다.
하지만 사령탑 입장에서도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주전급 선수가 포함된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 이상, 이젠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방법 뿐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