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로봇청소기 다닐 곳도 없어" 쓰레기장 방불케한 신혼집이 충격을 줬다.
지난 15일 밤 10시 10분에 방영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두 사람 모두 외롭고 힘든 시절 교회에서 만나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이십 대, '등대 부부'가 등장했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결심해 벌써 두 아이를 키우는 부부. '오은영 리포트'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뽀뽀 릴레이를 펼치는 등 사랑 넘치는 모습을 보여 MC들의 미소와 궁금증을 동시에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훈훈한 분위기도 잠시, 아내는 철없고 아이 같은 연하 남편과 부딪히는 상황이 반복돼 힘들다며 의지가 되는 배우자가 필요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남편은 본래 우울감이 있고, 수동적인 사람이기에 아내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해 자주 부딪힌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선순위를 매기지 않고, 상의 없이 일을 크게 만드는 아내에게 불만이 많다는데. 풋풋하고 해맑은 두 사람의 뒤로 벌어지는 미성숙한 상황의 연속에 MC들은 염려를 숨기지 못했다.
철물점과 건설 현장으로부터 건설 자재 배달 업무를 담당하는 남편의 하루는 캄캄한 새벽부터 시작된다. 매일 마른 눈을 비빈 채 먼 거리를 운전하는 남편. 연신 하품이 나오지만, 최선을 다한다. 그 시각, 아내는 중고 가게에서 거래한 파손된 가구를 해체하기 바쁘다. 예전부터 누누이 남편에게 가구를 버려달라 부탁했지만, 진전이 없자 답답한 아내가 직접 나섰다는데.
자신이 정리를 잘 못하니, 남편이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힘쓰는 아내 뒤로 보이는 엉망이 된 집안에 MC 일동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아내는 촬영을 위해 정리해 많이 깨끗해진 거라며 뻘쭘한 미소를 보였다. 심지어 정리 도중, 아내 키만 한 거울이 떨어지자, MC 일동은 "아이고~!"를 연신 외치며 걱정했다.
남편의 늦은 저녁 퇴근. 귀가와 동시에 남편을 맞이하는 건 쑥대밭이 된 집안이다. 아내는 "빨리, 빨리"를 외치며 남편에게 쓰레기 정리를 닦달하기 시작하고. 우선순위를 매기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정돈을 외치는 아내의 모습에 남편은 점차 짜증과 답답함이 올라왔다. 결국 "난 쉬었니? 난 놀았어?"라며 큰소리를 내는 남편. 이를 본 MC 문세윤은 "결국 서로 탓하기 시작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본 첫째 아이는 아내에게 다가가 "엄마 많이 슬프세요?"라며 바다보다 넓은 마음으로 위로해 시청자의 눈물을 훔쳤다. 해결되지 않은 정리 문제는 다음날까지 지속되고. 남편은 "말 걸지 말라고. 한국말 몰라?"라며 토라진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아내는 "치우기 싫잖아? 너 아빠 하면 안 돼"라며 마음을 찌르는 말까지 뱉는데.
갈등이 사그라지지 않자, 아내는 사실 정리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자신의 ADHD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임신 후 아이를 위해 약을 끊은 아내는 조직화가 안 돼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남편은 의지만 있다면 개선됐을 것이라며 아내가 ADHD를 방패 삼아 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ADHD가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특징으로 주변 정리 정돈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지가 박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당뇨와 고혈압 등과 같은 질병이기에 모유 수유를 끝낸 6개월 이후부터 약을 먹고 스스로 이겨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눈앞에서 부부 싸움을 지켜보던 첫째 아이를 언급하며 어린 나이에 철이 들어버린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눈치가 빠른 아이라 배가 고파도 불편함을 드러내지 못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아내를 위로했을 것이라는 오은영 박사의 분석에 부부는 미안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오열했다.
주말 나들이를 나선 부부가 향한 곳은 바로 전자제품 판매장. 육아에 있어서 도움이 될 TV와 알아서 정리를 도와줄 로봇 청소기를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다는 아내의 말에 MC 김응수는 "로봇 청소기가 다닐 곳이 없다"고 팩트를 꽂아 웃음을 자아냈다. 결합할인 가능 및 다음 달부터 임대료 인상 예정 소식에 결제 직전까지 넘어간 아내. 옆에서 듣던 남편은 결국, 지금 월급으로도 생활비가 빠듯하다며 아내의 충동구매를 막아섰다. 남편은 과거 아내가 새벽에 자신 몰래 휴대전화를 들고 가 백만 원 상당의 인터넷 쇼핑을 결제한 적이 있으며, 녹화일 기준 지난주에는 상의 없이 전 재산을 빚 갚는 데 다 써 남은 돈이 고작 6만 원이었다고 털어놔 MC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와 더불어 현재 이사 문제에 꽂힌 아내의 대출 닦달에 골치가 아프다는데. 남편은 자신 역시 이사 가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급기야 "자기 말투는 나 쪼는 거야!"라고 큰 소리를 내며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렸다.
남편은 가장으로서 직면해야 할 중대사들이 겪어보지 않은 일들이라 두렵다고 털어놨다. 과거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가 적응하지 못하고 왕따까지 당했던 남편. 당시의 트라우마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실수하는 게 겁난다며 아내와 책임질 아이들이 없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만큼 힘들다고 털어놔 아내와 MC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오은영 박사는 두 사람이 동 시간대 한자리에 앉아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두 사람이 이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모습은 더욱 두드러졌다는데. 아내가 끊임없이 꺼내는 금전 및 이사 계획은 가족의 미래, 구체적인 비전에 관해 이야기 나누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말을 받아들일 때, 불안정한 유년기 시절 느낀 무능함이 건드려져 우울해진 것이고, 아내는 남편의 '못 한다'는 반응에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로를 비난할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상처를 주게 된 두 사람의 소통 방식에 MC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의 내면에는 싱크홀처럼 깊은 외로움이, 남편의 내면에는 무력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로 옆에서 싸움을 보고 들었던 첫째는 너무 빨리 철이 들었음을 언급하며 항상 마음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당부했다. 부부는 마음 아팠을 첫째를 떠올리며 하염없이 눈물 흘렸다. 또한, 오은영 박사는 두 사람 모두 힘들 때마다 "함께, 같이"라는 표현을 외우고 쓸 것을 권했다. 서로가 어느 부분에서 힘듦을 느끼고 있는지 깊은 이해가 필요하며 이와 같은 표현을 자주 쓰면 부부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아내는 믿음직한 누나의 면모를 뽐내며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돌직구 고백을 날렸는데. 쑥스러워진 남편은 로봇처럼 뚝딱 대 MC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2049 시청률에서 1.5%를 기록했고 특히 오은영 박사가 부부에게 조언을 하는 장면에서는 순간 시청률이 3.7%까지 올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