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초등 1~2학년 체육 교과 분리 안건에 대한 결론을 2주 후로 미뤘다.
코로나19 이후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저체력 학생이 급증하고, 비만율, 우울감 등 신체, 정신 건강지수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지면서 정부는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솔루션을 제시했다. 유소년기 신체활동 활성화를 위해선 초등 1·2학년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 교과 분리(가칭 '건강한 생활')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도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와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제3차 학교체육진흥기본계획(2024~2028년)'에서 이를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부, 문체부는 제안만 할 뿐 체육 교육과정 개정 권한 및 결정권은 오직 국교위의 몫이다.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8차 회의에서 국교위는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요청 사항' 안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달 교육과정 개정 전문위원회(전문위)부터 난항이었다. "2022년 교육개정안을 시행도 안하고 개정하는 건 이전 개발 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명분론, "초등 1·2학년 교과 통합 유지"를 주장하는 통합교육학자들의 반대 속에 전문위는 "교과 전담교사 배치, 시설 지원 등 여건 개선도 필요하다. 신체활동 분리는 통합교과 체제에 대한 개편 논의를 야기하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유보 입장을 내놨다. 이날 본회의에 제출된 전문위 보고서 역시 '부정적' '유보적' 입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 현장에선 체육 교과 분리 주장과 현행 '즐거운 생활' 통합교과 현행 고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체활동 확대의 필요성과 대의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40년간 고수해온 통합교과(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체제를 수호해야 하는 통합교육론자들의 반대가 컸다. '즐거운 생활' 내 체육을 '건강한 생활' 또는 '튼튼한 생활'로 분리시키되 체육에 건강, 영양, 안전 등을 포함시킨 새로운 통합, 융합교과를 제안하는 절충안도 나왔다.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따라 2주 후인 26일 이 안건을 다시 심의, 의결키로 했다.
이날 국교위가 발표한 '대국민 교육현안 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자들은 한국교육이 직면한 한계점 2개를 묻는 조항에 '과도한 학벌주의'(1순위 응답,23.0%)와 '대입경쟁 과열로 인한 사교육 시장 확대 및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22.8%)을 꼽았다. 1-2순위를 합쳐 사교육비를 지적한 응답자가 '41.3%', 국민 10명 중 4명에 달했다.
문제는 초등 체육도 이미 사교육 영역이 됐다는 점이다. 한국의 초등 저학년 체육교육은 공교육이 아닌 동네 태권도학원, 체육입시학원이 책임진다. 학교가 가르치지 않는 다양한 종목, 심지어 줄넘기까지 사교육으로 배우고 있는 건 오래 된 현실이다. 체육, 미술, 음악이 통합된 '즐거운 생활'에서 수업선택권은 교사에게 있고, 대다수 교사들이 체육보다 음악, 미술을 선택하는 현실. 그러나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하고, 학부모들은 평생 건강습관을 키우는 체육이 국영수 못지 않게 중요하단 걸 안다.
체육 교육은 통합이 따로 필요치 않다. 아이들은 신체활동을 통해 지는 법과 이기는 법, 넘어지고 일어나는 법, 규칙, 페어플레이, 인내, 끈기, 배려, 협동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체육은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 다 들어 있는, 이미 그 자체로 '완전체' 체·덕·지 통합교육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미래에 지향할 학교의 모습' 역시 공동체 속에서 배려와 존중을 배울 수 있는 곳,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살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다.
이런 스포츠의 가치를 아는 선진국 중 체육을 타교과와 섞어 '통합'으로 가르치는 나라는 없다. 미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이 모두 초1부터 체육교과를 독립 운영한다. 호주, 캐나다는 유치원부터 체육 수업을 한다. 대한민국 10대 청소년 운동 참여율은 52.6%로 전연령 최저, 70대 노인(54.3%)보다 적다.
2022년 6월부터 시행된 스포츠기본법은 '모든 국민은 스포츠 및 신체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 스포츠권'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1~2학년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스포츠권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가. 대한민국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즐거운 생활'인가.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즐거운가. 어른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교육 수용자인 아이들을 바라보는 백년지대계가 맞는가. 그렇다면 '장고'의 이유가 있을까. '국가의 미래' 아이들의 건강, 체력, 마음력을 키우는 교육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통합교육'의 명분이 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복잡다단한 세상, 모든 문제의 답은 기본에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