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괴물'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아스널전에서 반등할 수 있을까.
바이에른 뮌헨은 1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아스널과 2023~2024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른다. 자존심이 구겨질데로 구겨진 바이에른의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경기다. 상황은 좋지 못하다. 바이에른은 지난 7일 독일 하이덴하임 포이트 아레나에서 열린 하이덴하임과의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28라운드 원정경기서 2대3 역전패를 당했다. 앞서 도르트문트전서 0대2로 진 바이에른은 2연패에 빠지며, 2위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바이에른(승점 60·골득실 +44)은 선두 레버쿠젠(승점 76)에 크게 밀렸고,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60·골득실 +30)에 골득실에서 앞선 2위다.
주중 아스널전을 앞두고 있는 토마스 투헬 감독은 부분 로테이션을 단행했다. 김민재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5경기 만의 선발 복귀였다. 김민재는 지난 프라이부르크전 이후 4경기 연속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날 김민재는 다요 우파메카노와 함께 짝을 이루며 모처럼 기회를 잡았다. 전반은 좋았다. 오랜만의 선발 경기였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장기인 빌드업도 빛났다. 전반 38분 해리 케인의 선제골은 김민재의 기점 패스에서 출발했다. 김민재가 중앙으로 찔러준 볼을, 토마스 뮐러가 잡았고, 세르쥬 그나브리를 거쳐 케인이 마무리했다.
문제는 후반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그나브리의 추가골로 2-0으로 앞서고 있던 바이에른은 후반 갑자기 무너졌다. 후반 5분과 6분 케빈 세사와 팀 클라인딘스트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흔들리던 바이에른은 34분 클라인딘스트에게 다시 결승골을 내주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현지 언론은 김민재에게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다. 독일 매체 빌트는 김민재에게 평점 6점을 줬다. 독일 평점은 1점이 최고, 5점이 최하인데, 6점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는 평가다. 또 다른 독일 매체 TZ도 6점을 줬다. 역시 6점을 준 아벤트차이퉁은 '김민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5점을 준 스폭스는 '김민재가 두번의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바이에른의 센터백 중에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민재는 이날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첫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제대로 헤더를 하지 못했고, 두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뒤로 파고드는 클라인딘스트를 놓쳤다. 역전골 장면에서도 포지셔닝이 아쉬웠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김민재의 부진을 지적하며 "후반 첫 5분의 결과다. 극도로 부주의했고, 경합에서 너무 약했다"며, 특히 김민재가 직접적으로 관여된 두 번째 실점 장면을 대해 "이 수준에서 그런 실점은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온전히 김민재만의 잘못이라 하기에는 아쉬운 측면이 많다. 후반 하이덴하임이 선수 교체를 통해 공격 숫자가 늘어난 상황이지만, 투헬 감독은 전술적 대응을 거의 하지 않았다. 김민재 혼자 독박 수비를 해야하는 상황이 여러차례 놓였다. 상대의 거센 반격에도 '초공격적인' 축구를 유지하며, 김민재에게 부담을 줬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파트너 우파메카노와 왼쪽 풀백 알폰소 데이비스 마저 부진하며 김민재가 더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김민재의 이날 개인기록 자체는 무난했다. 볼 터치 횟수(119회), 패스 횟수(99회), 클리어링(5회), 슛블록(3회), 헤딩경합(6회), 지상경합(100%) 등 모두 팀내 1위였다. 기계식 평점을 매기는 후스코어드닷컴, 소파스코어, 풋몹 등에서는 수준급 평점을 받았다. 소파스코어는 아예 팀내 2위였다. 자기 몫을 해냈다는 이야기다.
물론 페네르바체, 나폴리에서 보여주던 완벽에 가까운 수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김민재는 두 팀에서 적응기도 없이 맹활약을 펼치며,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몸이 지친 상태에서 기초군사훈련까지 소화하는 등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지 못한채 바이에른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다리가 풀릴 정도로 뛰었다. 무엇보다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덴하임전 부진은 아쉽지만, 이것만으로 김민재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언론은 맹폭을 가하고 있다. 스폭스는 '올 시즌 후반기, 김민재는 5차례 선발로 게임에 나섰다. 바이에른은 그 5경기에서 1무 4패에 머물렀다'고 했다. 실제 김민재는 시즌 후반기 레버쿠젠, 보훔, 프라이부르크, 하이덴하임, 라치오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프라이부르크전을 제외하고 모두 패했다. 레버쿠젠전에서 3실점, 보훔전에서도 3실점, 프라이부르크전에서는 2실점, 하이덴하임전에서는 3실점했다. 스폭스는 '바이에른은 김민재가 없던 10경기 중 8경기에서 승리했다. 다가오는 아스널전에서는 마타이스 데 리흐트와 에릭 다이어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커는 아예 김민재의 부진을 집중 조명했다. 키커는 '김민재의 부진이 자신감이 부족 때문인지, 클래스가 부족 때문인지 의문스럽다'며 '지난 시즌 세리에 A 최고의 수비수로 꼽힌 김민재의 경력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이탈리아 리그는 수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 무대다. 김민재는 바이에른에서 이러한 수비력을 아주 드물게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민재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본능이 부족하다. 앞으로 튀어나갈때가 언제인지, 뒤로 물러날때가 언제인지,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민재에 대한 희망은 여기서 완전히 버려서는 안 된다. 이겨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민재에 대한 박한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중 아스널전에는 김민재가 다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독일 언론 뿐만 아니라, 영국 언론, 유럽축구연맹(UEFA)조차 그렇게 여기고 있다. 김민재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중앙 수비진은 다이어와 데 리흐트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어는 이번 경기에 집중 조명되며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김민재의 선발 가능성을 점치는 매체도 있다. 바이에른스트라이크는 김민재의 선발을 예상하며 '그는 올 시즌 투헬의 첫 번째 선택 옵션이다. 더리흐트가 선발로 나설 수도 있지만, 아스널의 공격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김민재보다 더 좋은 옵션이 많지 않다'고 했다.
김민재는 일단 런던으로 향했다. 구단 SNS에 공개된 모습을 보면 단복을 차려입은 김민재는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구단 직원과 주먹 인사를 나눴다. 김민재가 아스널전을 통해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아스널전은 바이에른에게도, 김민재에게도 중요한 경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