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말 완벽한 스윙이었죠."
연패에 지쳐있던 국민타자의 얼굴이 모처럼 활짝 피었다. '4번타자' 김재환의 이름이 나왔을 때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지난해 커리어로우의 극심한 부진을 경험했다. 타율 2할2푼, 10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674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거포. 이승엽 두산 감독의 부임과 함께 반등하리라던 예상이 빗나간 한 해였다.
지난 겨울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사령탑의 지도는 물론 미국 LA의 강정호 아카데미까지 다녀왔다.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많이 살아난 것 같다'는 말에 "조금 더 살아나야한다"면서도 활짝 웃었다.
"날씨가 아직 4월초다. 지금도 좀 쌀쌀하다. 날씨가 좀더 따뜻해지고, 5월쯤 되면 타자들은 더 좋아지기 마련이다. 앞으로도 잘해주면 고맙겠다."
김재환은 지난 3~4일 SSG 랜더스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리며 본격적으로 방망이를 예열했다. 이승엽 감독은 "정말 완벽한 스윙이었다. 타구 스피드부터 굉장히 빨랐다"면서 "최근엔 조금씩 타이밍이 좀 늦다보니 파울이 많이 났는데, 이번에 홈런 2개는 정말 완벽한 타이밍, 완벽한 스윙이었다"고 강조했다.
올시즌 벌써 3개째 홈런이다. 홈런 순위표에서 페라자 한유섬 최정(이상 4개) 노시환 로하스 강승호(이상 4개) 다음에 위치했다.
오랜만에 은사 앞에 선 김재환은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인사를 건넸다. 3회 2-1로 앞서는 희생플라이를 친데 이어 7회에는 안타도 쳤다. 볼넷 2개도 곁들였다.
김재환이 20개 이상 홈런을 때려줄 수 있다면 두산 타선의 파괴력은 완전히 달라진다. 정수빈-허경민으로 대표되는 유기적인 타선의 연결과 팀플레이는 여전히 리그 최고다. 강승호가 지금처럼 홈런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될진 알수 없다.
두산에서 홈런을 책임질 선수는 클린업트리오를 이루는 양의지 김재환 양석환, 그 중심에 선 김재환이다.
5일 경기는 '김태형 시리즈'의 첫 경기였다. 두산을 8년간 지도하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을 달성했던 김태형 감독이 이제 건너편 더그아웃에 있다.
김재환은 김태형 감독의 취재진 브리핑이 끝난 뒤 롯데 더그아웃을 찾아 "안녕하십니까"라며 인사했다. 김태형 감독은 "안녕하겠냐?"라면서도 웃으면서 제자의 방문을 반겼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