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에 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토트넘은 3일 오전 4시 15분(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에서 1대1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 무승부로 토트넘은 4위 애스톤 빌라를 따라잡는데 실패했다.
토트넘이 승리하지 못했지만 손흥민은 또 한번 역사를 작성했다. 지난 루턴 타운전에서 손흥민은 토트넘 통산 399번째 경기를 치렀다. 2015~2016시즌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한 뒤로 9번째 시즌 만에 400경기를 눈앞에 뒀다. 영국 런던과 한국을 오가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도 손흥민이 몸관리를 대단히 잘해왔고, 항상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웨스트햄전에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구단에서만 400번째 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은 EPL 295경기, 잉글랜드 컵대회 44경기, 유럽대항전 61경기를 뛰면서 대기록을 완성했다. 1882년에 창단한 토트넘에서 구단 400경기 이상 출장 기록을 가진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단 14명뿐이다.
14명의 선수 중 11명의 선수가 20세기에 토트넘에서 뛰었던 선수들이었다. 위고 요리스, 해리 케인 그리고 손흥민만이 21세기에 토트넘에서 뛴 선수였다. 손흥민이 토트넘과의 계약을 언제까지 연장할 것인지에 따라서 21세기 구단 최다 출전 선수 등극도 가능해보인다. 요리스가 447경기, 케인이 435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손흥민이 다음 시즌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출전하기만 한다면 두 선수를 넘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손흥민의 구단 통산 400경기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비유럽인 선수로는 처음이라는 점이다. 구단 역사상 최다 출전자인 스티브 페리맨의 854경기를 시작으로 411경기의 모리스 노먼까지 모두 유럽인 출신 선수다. 구단 역사에서 손흥민처럼 성공적인 업적을 남길 아시아인은 21세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손흥민이 토트넘에서만 가지고 있는 기록들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지난 루턴전에서는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 단독 5위에 올랐다. 토트넘 통산 160호골을 작렬한 손흥민은 해리 케인(280골), 지미 그리브스(268골), 바비 스미스(208골), 마틴 치버스(174골) 뒤를 있는 자리에 올랐다. 다음 시즌에는 단독 4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EPL로 기록을 한정한다면 손흥민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 수 있다. 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자 23위인 손흥민은 토트넘 출신으로는 케인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었다. 리그 역사상 최다 도움24위인 손흥민은 토트넘 출신으로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다음으로 어시스트가 많다. 에릭센과의 기록 차이가 얼마 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시즌 안으로도 토트넘에서 EPL 도움 기록이 가장 많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토트넘에서는 손흥민의 구단 400번째 출장 기념 영상을 준비했다. 손흥민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었다. 영상 시작부터 한국인 선수인 손흥민을 위해 한글로 '사백(400)'이라고 적혀있었다.
손흥민을 상징하는 골 세리머니인 찰칵 세리머니를 통해서 토트넘에서 만들었던 역사적인 장면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의 데뷔골부터 시작됐다.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터트린 EPL 데뷔골, 2018년에 첼시를 상대로 보여준 환상적인 50m 질주골, 2019년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 개장 첫 골도 앨범 속에 담겨있었다.
또한 2020년 푸스카스상을 수상한 번리전 70m 돌파골, 해리 케인과의 EPL 듀오 합작골 역사, 2021~2022시즌 EPL 득점왕, 2023~2024시즌 주장 등극에 이어 400번째 토트넘 경기까지가 표현됐다.
손흥민의 대기록을 달성한 날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토트넘의 경기력이었다.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로 일찍부터 앞서간 토트넘이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이 앞에서 고군분투해줬지만 이렇다 할 슈팅 기회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티모 베르너는 전반 중반 이후 존재감이 부족했고, 존슨은 득점 이후 마무리 패스에서 아쉬웠다. 손흥민과 시즌 초반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제임스 매디슨의 발끝은 무뎠다. 웨스트햄의 촘촘한 수비벽을 쪼갤만한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해보였다.
그래도 동료들은 손흥민의 토트넘 400번째 경기를 함께 뛰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존슨은 경기 후 영국 TNT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손흥민 옆에서 뛰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솔직하게 손흥민은 성격과 실력을 통해서 리더로 행동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고, 어떤 사람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극찬을 시작했다.
존슨은 "손흥민은 매우 까다롭기도 하다. 그 정도 수준의 선수는 계속해서 공을 요구한다. 손흥민은 아무것도 없이 골을 넣을 수 있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우리에게 공을 넣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는 주장으로서 말도 잘한다. 전반적으로 사람으로서도 그는 정말로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절친인 벤 데이비스는 손흥민을 위한 헌정사까지 구단을 통해 남겼다. 데이비스는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선수이며 실제로도 굉장히 각별한 사이다. 손흥민이 데이비스 아들의 대부란 사실이 최근에 밝혀지기도 했다.
데이비스는 "난 손흥민이 처음 스퍼스에 도착했을 때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려고 신났던 사람을 기억한다. 손흥민은 우리에게 놀라운 기술과 양발 능력으로 골을 마무리하는 방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바로 눈에 띄었다. 손흥민은 첫 해는 꽤 힘들었지만, 그는 항상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고, 몇 년 동안 성장하고 또 성장했다"며 손흥민을 처음 만났던 시절을 회상했다.
데이비스는 손흥민의 득점 기록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손흥민의 득점 기록을 보면...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일관성이다. 힘든 첫 해 이후 그는 주로 윙으로만 뛰었는데 21골, 18골, 20골, 18골, 22골, 24골, 14골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14골을 넣었다. 정말로 대단한 일인데 그걸 시즌마다 해냈다.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대단하다"며 극찬했다. 데이비스는 손흥민이 가지고 있는 주장으로서의 태도도 좋아했다. "올 시즌 한국과 현재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그는 솔선수범한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은 팀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항상 그의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투지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경기장에 나설 때 모든 책임을 지고, 항상 기준점을 세워준다"며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모범적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손흥민이 경기장 밖에서도 보여주는 모습을 좋아했다. "축구와는 별개로, 손흥민만큼 유명한 것은 때때로 꽤 어려운 일이다. 인생은 가끔 정신이 없을 때가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도착했을 때 난 22살이었고, 손흥민은 23살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자랐다. 그 시간 동안 우리의 삶이 많이 변했다. 난 작년 여름에 아버지가 되었다. 손흥민과 조 로든은 우리가 아기를 집에 데려온 후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들 중 두 명이었다"며 손흥민과 얼마나 친근한 사이인지를 말하기도 했다.이어 "축구를 벗어나면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갈 것이다. 그는 모자를 쓰고 도착해서 가능한 한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하려고 노력할 것이지만, 손흥민이라서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놀라운 팬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훈련 센터에 함께 있을 때 손흥민한테 약간의 평범한 일상을 가져다준다. 프레이저 포스터가 그를 다시 현실로 되돌려 놓지만 손흥민이 얻을 수 있는 만큼 좋은 걸 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데이비스는 "우리는 이제 거의 9년 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다. 손흥민은 세계적인 선수이고, 무엇보다도 월드 클래스인 사람입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그를 알게 된 것은 절대적인 기쁨이었다"며 손흥민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