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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를 열겠다" 선언…하늘은 기적을 안겼고, 대한항공은 우승컵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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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기적적으로 찾아온 역사를 쓸 기회. 대한항공 점보스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화재의 통합 3연패(2011~2012, 2013~2013, 2013~2014)를 넘어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3시즌 동안 대한항공은 승점 8~9점의 여유를 두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왔다. 매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이를 실력으로 입증했다.

올 시즌 역시 대한항공은 우승후보로 언급됐다. 그러나 앞선 시즌들과는 달랐다. 평탄치 않은 길이 예고됐다.

올 시즌 7개 구단은 전력 차가 크지 않다는 평가 속에서 시작됐다. 전반적으로 전력이 평준화됐다.

주장 한선수는 개막을 앞두고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기록에 도전한다. 최초로 하는 건 뭐든 힘들다"라며 "원하는 바를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이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순위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대한항공은 라운드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삼성화재가 1라운드를 5승1패로 마치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2라운드에는 한국전력이 5승1패로 반등에 성공했고, 3라운드와 5라운드는 우리카드가 5승1패로 마쳤다. 4라운드는 OK금융그룹이 전승을 거뒀다. 6라운드에서는 시즌 중반 감독을 경질했던 현대캐피탈이 5승1패로 매섭게 치고 나왔다.

반면 대한항공은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지난 두 차례의 통합우승을 함께 했던 링컨이 허리 부상으로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결국 임시 외국인 선수로 무라드를 영입했다.

무라드와 링컨을 두고 선택해야 하는 시간. 대한항공은 '정'보다는 '미래'를 바라봤다. 링컨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무라드와 남은 시즌을 함께 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무라드는 좋은 피지컬을 이용한 강력한 공격력과 블로킹 능력이 우수하다.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지난 8주동안 팀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팀 목표인 우승을 달성하는데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링컨은 지난 두 시즌 동안 팀 우승에 크게 기여했으며 우리 배구단의 현재 플레이 스타일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시즌에도 링컨은 새로운 역사를 위해 노력했으나 안타깝게도 이번 시즌 각종 부상으로 더 이상 팀과 함께 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냈다. 링컨의 앞날과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무라드 역시 최적의 공격 옵션은 아니었다. 기복이 컸고, 국내 선수와 비교했을 때 확실한 경쟁 우위가 없었다. 결국 외인 공백 속에 분투하던 임동혁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외국인 선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V리그에서 링컨과 무라드의 부진은 뼈아팠다. 여기에 '살림꾼' 정지석이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대한항공은 이전과 같은 상승 동력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1위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통합 4연패'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23승13패 승점 71점 1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2위 우리카드(23승12패 승점 69점)에게 거센 추격을 당하고 있었다. 우리카드가 한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승수가 같았던 만큼, 같은 승점이라도 우리카드가 이기면 하면 1위 자리를 내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늘은 대한항공의 역사를 허락했다. 우리카드와 삼성화재는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삼성화재가 웃었다.

봄배구를 앞두고 휴가 중이었던 대한항공에게 1위 확정소식이 날아든 순간.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기고 지는 건 밀리미터 차이 같다. 다른 팀이 우리 1위를 결정하는 경기를 보는 것은 스트레스였다"라며 "첫번째 스텝은 완료다. 챔프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천신만고 끝에 다다른 새 역사의 문. 대한항공이 활짝 열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웠다. 무라드 대신해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막심을 영입했다. 선택은 적중했다. 막심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확실한 공격 옵션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여기에 정지석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조금씩 자신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던 정지석이 '미친 선수'로 떠올랐다. 3경기에서 정지석은 59득점 공격성공률 57.50%로 폭격을 이어가며 우승에 앞장섰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의 노련한 조율 속에 대한항공의 공격은 1~3차전 내내 화끈하게 터졌다.

정규리그 6라운드에서 패배를 안겼던 OK금융그룹을 만나 대한항공은 화끈한 공격을 터트리면서 결국 3차전에 경기를 끝냈다. 통한 5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자 통합 4연패의 순간이었다.

압도적인 외인은 없었다. 정규리그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책임진 '원맨쇼' 또한 없었다. 모두가 주인공으로 우승을 합작해냈다. 진정으로 함께 이뤄낸 위대한 역사. 함께 가면 멀리갈 수 있다는 이치를 깨우쳤다. 대한항공이 쓴 새 역사는 그만큼 값졌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