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포수' 강백호(KT 위즈)를 또 볼 수 있을까.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1-13으로 뒤진 8회말 수비 때 강백호를 대수비로 투입했다. 포지션은 다름 아닌 포수.
강백호가 포수로 나선 건 2021년 9월 25일 잠실 두산전 이후 918일만. 2019시즌에도 한 차례 포수로 나선 바 있다. 앞선 두 번 모두 팀 사정에 의한 불가피한 투입이었다. KT 벤치가 경기 중 포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하면서 불가피하게 강백호에게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한화전 투입은 상황이 달랐다. 이날 KT 엔트리엔 백업 포수 김준태가 있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김준태가 아닌 강백호를 포수 자리에 앉히는 선택을 했다.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는 팀이 야수를 마운드에 올리거나, 투수에게 대타 역할을 맡기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전력 소모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특수 포지션인 포수, 그것도 엄연히 백업 선수가 있는 가운데 강백호를 앉힌 이 감독의 선택은 궁금증을 자아낼 만하다.
KT의 팀 사정을 어느 정도 들여다 볼 만하다. KT는 주전 포수 장성우의 뒤를 받칠 백업 고민이 크다. 김준태 강현우 조대현 등 백업 포수 자원들이 있긴 하지만, 이 감독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시즌 초반 마운드 난조에 울고 있는 KT지만, 안방 사정도 썩 좋다고 보긴 어렵다.
강백호는 고교 시절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으나, 포수 마스크를 쓰고 곧잘 활약한 경험도 있다. 야수로 프로에 데뷔했으나 포수 출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후 강백호는 우익수, 1루수 등 여러 수비 포지션을 오갔으나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엔 수비 대신 지명 타자 역할을 맡고 있다.
강백호가 지명 타자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다면 KT 입장에선 손해가 될 만하다. 베테랑 1루수 박병호나 2루수 박경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안배가 필요한 만큼, 지명 타자 자리를 유연하게 쓸 필요가 있다. 강백호의 포수 출전은 장성우의 백업 역할 뿐만 아니라 지명 타자 운영에 대한 KT의 고민도 묻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감독은 강백호의 포수 기용 배경에 대해 "그냥 한 번 해봤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잘해서 놀랐고, (포수 역할을) 즐거워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지속적인 출전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모른다. 앞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