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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V3]부상도 막지 못한 투혼의 V3, '리빙 레전드' 양효진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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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부상도 우승을 향한 집념은 막을 수 없었다.

현대건설의 '리빙 레전드' 양효진이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0~2011시즌, 2015~2016시즌 각각 우승의 기쁨을 맛봤던 그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목 디스크 부상을 안고도 챔프전 출전을 강행, 현대건설이 흥국생명과 혈투를 펼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셧아웃 우승을 일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역대 최고의 미들블로커'라는 평가는 이번 챔프전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배구여제'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의 거센 도전 속에서 양효진은 센터라인을 지키면서 고비 때마다 득점과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아픈 몸을 이끌고 코트에 서면서도 "몸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며 "나보다는 (김연경)언니가 체력적으로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잘하더라. 역시 대단하다"고 승부욕과 함께 상대를 배려하는 품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2007~2008 V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양효진은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데뷔 2년차부터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태극마크를 짊어지며 '블로퀸' 찬사를 받으면서도 현대건설을 떠나지 않았다. 두 번의 우승(2010~2011, 2015~2016) 외에도 V리그 베스트7 9회, 올스타전 15회 출전, 블로킹상 5회, V리그 10주년 올스타 베스트7 등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양효진의 발자취는 곧 여자프로배구의 역사다. 역대 최다 득점(7574점), 블로킹 득점(1560점) 등 그가 쌓아올린 금자탑은 여전히 경기를 뛸 때마다 새로워지고 있다.

'원클럽 맨'의 길. 화려해 보이지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양효진에겐 현대건설에서 맛본 영광만큼 좌절의 시간도 있었다. 코트 안팎에서 팀이 흔들릴 때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경기를 뛰어야 했다. 지금까지 일군 영광은 시련의 순간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것이기에 그만큼 가치가 있다.

양효진은 우승 직후 "V2에서 멈춘 지 너무 오래됐다. 할 수 있는 타이밍이 많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두 시즌을 놓쳤고, 시즌 중반 부진해서 처지기도 했다"며 "올 시즌 시작 때 모두가 우리 팀의 우승을 거론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마음을 비웠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모든 선수가 하나되는 느낌이 들었고, '어쩌면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욕심은 내지 않고자 했다. 이런 선수들과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는 생각이 많았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결혼 후 일군 첫 우승에 대해 "평소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었다. '결혼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생각해 왔는데 정작 많이 다르더라. 어떨 때는 남편이 일 안하고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라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걷는 길은 어느 덧 현대건설의 역사가 되고 있다. '리빙 레전드'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양효진이다.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