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좋은 기회다, 했는데. 형들이랑 마지막 인사하는데 조금 슬펐다. 그래도 부산 오니까 기분 좋다. 적응도 문제 없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였다. 심리적인 충격이 컸다.
그래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이제 '롯데인'이 된 손호영은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전날 트레이드 사실을 듣고 자차를 운전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숙소를 배정받고, 김태형 감독 및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부산에 내려온 이튿날은 1군 등록과 함께 선발 출전 지시를 받았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연습중인 그라운드를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연습을 마친 뒤엔 고영민 작전주루코치에게 불려갔다. 사인 등 실전에 필요한 것들을 전수받았다.
피곤할 만도 하건만, 손호영의 표정은 밝았다. 떠나오기전 동료들과의 이별에 눈물을 보였다고. 그는 "마지막 인사를 하려니 좀 울컥했다. 막 울고 그러진 않았고, 살짝 눈물이 고였다. 글썽글썽했다"며 민망해했다. '캡틴' 오지환을 비롯해 김현수 박동원 박해민 등 베테랑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보냈다. 충훈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홍익대에서 뛰던 2014년 중퇴하고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미국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로 진출했다.
싱글A까지 올라왔지만, 부진과 부상을 겪으며 투수로 전향했고, 2017시즌 후 방출됐다. 이후 군복무를 소화하고, 독립리그 연천미라클에서 활약하다 신인 드래프트에 재도전, LG의 선택을 받았다.
그를 눈여겨본 차명석 단장, 염경엽 감독이 기회를 주고자 했지만 거듭된 잦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그 결과 LG 생활 5년차인 올해, LG 1군에는 손호영의 자리가 더이상 없었다. 내야 멀티백업은 구본혁의 입지가 굳건했고, 오는 6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이영빈이 제대하면 손호영의 입지는 더 좁아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야 자원이 부족한 롯데에서 새로운 기회를 받게 됐다. 손호영은 "내인생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태형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내가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급해지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다행히 LG 출신 인맥들이 가득해 적응엔 문제가 없을 전망.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LG 시절부터 자신이 따랐던 김민성이 가장 먼저 전화를 해줬다고. 김민호-임훈 코치를 비롯해 유강남까지, 두루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정말 감사하고, 기분좋게 내려왔다"며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잘해라" 그 다운 딱 한마디만 건넸다. 롯데팬들도 SNS를 통해 뜨거운 환영을 보냈다고.
LG 시절 등번호는 7번이었지만, 롯데 오면서 33번으로 바꿨다. 말 그대로 새로운 출발이다.
"LG와 롯데, 두 선수에게 서로 잘된 트레이드로 남으면 좋겠다. 둘다 잘했으면 좋겠다. 내야 전 포지션 모두 자신있다.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뛰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