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고척돔에서 꿈을 키우던 두 젊은이. 꿈의 무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2024 시즌이 대장정의 시작을 알린다. 메이저리그는 지난주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서울시리즈' 2연전으로 공식 개막전을 치렀다. 하지만 미국 본토 개막 경기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일제히 막을 올린다.
시작부터 한국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빅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맞대결이다.
샌디에이고 김하성과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의 '절친' 선후배 맞대결이 펼쳐진다.
두 사람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막역한 사이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함께 KBO리그 최고 스타로 성장했다. 김하성은 2014년 키움 전신 넥센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유격수로는 강한 어깨, 그리고 장타력과 빠른 발을 앞세운 공격형 유격수로 각광을 받았다. 2020 시즌 30홈런 포함, 풀타임 주전으로 발돋움 한 2년차 2015 시즌부터 19개보다 적은 홈런을 때린 시즌이 없었다.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단하며 빅리거로서의 꿈을 이뤘다.
첫 시즌은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컨셉트를 확실히 잡았다. KBO리그에서는 공격이었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수비였다. 내야 전 포지션에서 물샐 틈 없는 수비 실력을 보여주면서 출전 기회를 늘렸다. 지난 시즌에는 공격력까지 폭발하며 센스 넘치는 주루플레이를 더해 팀의 새로운 1번타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 수상을 하며 전국구 스타가 됐다. 올시즌만 마치면 FA다. '대박'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다. 이미 샌디에이고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시리즈'에서 그의 존재감이 유감 없이 발휘됐다.
이정후는 김하성보다 3년 늦은 2017년 넥센에 입단했다. 이정후도 고교 시절까지는 유격수로 뛰었지만, 프로에 와서는 바로 외야 전향을 했다. 약한 수비를 포기하고, 강점인 공격력에 '올인'하겠다는 결정이었다.
'대성공'을 거뒀다. 데뷔 시즌부터 144경기 전경기를 뛰며 179안타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완벽한 주전 타자로 거듭난 이정후는 파워까지 장착, 2022 시즌 23홈런을 치며 완성형 타자로 인정을 받았다. 선배 김하성을 보며 차근차근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라는 엄청난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스프링캠프 개막부터 1번-중견수 출전을 확답받았고, 시범경기 내내 구단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무대에 적응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컨택트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시범경기 타율을 3할4푼3리로 마치며 정규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두 사람이 양팀 1번타자 대결을 벌였다면 더 흥미로웠겠지만, 그건 무산될 듯.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신임 감독은 김하성을 5번타자로 점찍고 시범경기부터 시험했고, 다저스와의 개막 2연전도 모두 5번으로 출전시켰다. 쉴트 감독은 "나는 컨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를 5번에 배치하는 걸 좋아한다. 김하성은 그라운드 모든 곳에 타구를 보내고, 좀처럼 병살로 물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하성은 출루 능력이 좋고, 공을 띄울 줄도 안다"며 "김하성을 5번 타자로 기용하는 건 우리 팀의 득점을 늘리는 데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시작은 김하성의 홈인 펫코파크다. 4연전이다. 얼마 있지 않아, 김하성이 이정후의 새 홈구장 오라클 파크를 찾는다. 내달 6일부터 양팀이 다시 3연전을 치른다. 그 사이 샌디에이고는 홈에서 세인트루이스와 맞붙고, 샌프란시스코는 LA 다저스 원정을 떠난다. 이정후와 오타니 쇼헤이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로테이션상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이정후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