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게 제일 힘든 것 같다."
초보감독은 매일 고민의 연속. 그 고민은 팀이 잘 해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은 이범호 감독은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현역 은퇴 후 소프트뱅크 호크스 연수를 거쳐 KIA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올 초 타격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했다. 선수들 면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팀 문화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을 결속시키고 개막 시리즈부터 연승을 이어온 비결.
그러나 이런 이 감독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엔트리 변경이다. 개막 엔트리 당시 제외했던 선발 투수 이의리 윤영철을 로테이션에 맞춰 콜업하기에 앞서 투수 또는 야수 자리를 비워야 한다. 이의리는 28일 광주 롯데전, 윤영철은 30일 잠실 두산전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다. 그런데 최근 연승을 거두면서 보여준 선수들의 활약이 이 감독의 머릿 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감독은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갖는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엔트리 변경 여부를 두고 "아직까지 고민 중이다. 경기를 지켜보고 코치진과 논의 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엔트리를 바꾸는 게 가장 힘든 것 같다"며 "(개막엔트리에 합류한 선수 모두) 파트별로 다 필요한 선수들이다. 그나마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빼야 하는데, 그걸 정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KIA 1군 엔트리 28명 중 투수는 12명, 포수 3명, 야수 13명이다. 대부분의 팀이 야수보다 투수 숫자를 많이 두고, 포수 자리는 두 명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KIA도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발 투수 두 명이 들어온다면 투수 숫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결국 선택은 포수 또는 야수 자리가 될 전망. 이 감독과 KIA 코치진의 선택이 누가 될지는 물음표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를 80~90개 선으로 유지하기 위해 4월 초까지는 불펜 투수 1명을 더 쓰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발 투수들이 투구 수를 잘 지켰지만, 많이 던지는 투수가 나올 수도 있다"며 "4월 중순부터는 투수 숫자를 13명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날 롯데전 선발 라인업을 박찬호(유격수)-김도영(3루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최형우(지명 타자)-이우성(우익수)-김선빈(2루수)-황대인(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중견수) 순으로 구성했다. 이우성이 6번에서 5번으로 타순이 한 단계 올라갔고, 26일 대타 기용됐던 황대인이 1루수, 휴식을 취했던 최원준이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