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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데뷔전, 9-0 압도적 리드, 왜 '페디 대체자'는 98개까지 공을 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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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원래 투구수 100개를 세팅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NC 다이노스의 2024 시즌 가장 큰 숙제, 바로 '페디 지우기'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 입성, 레벨이 다른 구위로 '슈퍼 에이스' 역할을 하며 리그를 초토화시켰던 에릭 페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그를 가만히 둘 리 없었다.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달러 조건에 도장을 찍으며 '역수출 신화'의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페디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NC 입장에서는 20승 MVP, 골든글러브 투수가 사라졌으니 전력 측면 타격이 적지 않았다. 어떤 선수를 데려와도 페디보다는 안된다는 평가를 들을 게 뻔했다.

외국인 투수 선발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대니얼 카스타노와 카일 하트가 낙점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똑같은 좌완에, 다양한 변화구와 경기 운영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도 비슷했다. 강인권 감독은 "페디 공백을 메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페디가 잘할 때, 다른 외국인 투수가 부진했다. 올시즌에는 두 사람이 페디 몫을 나눠서만 해줘도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1선발은 카스타노였다. 하지만 카스타노가 스프링캠프 막판 감기에 걸려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개막전은 하트가 나갔다. 그런데 하트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쳐주며 개막전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2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로 나선 카스타노까지 데뷔전 6⅔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NC는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아직 1경기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경기력이나 스타일이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준비가 부족해 등판 일정까지 밀린 선수를 왜 일찍 빼주지 않았을까. 카스타노는 6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하다 7회 투구수가 늘어나자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9-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 보통 첫 선발 등판 경기는 70개에서 많으면 90개 안으로 투구수를 제한해주는 게 일반적인데, 대세에 지장이 없는 상황서 카스타노를 계속 놔두다 실점까지 이어졌기에 그 배경이 궁금했다. 본인이 7회를 무조건 채우겠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코칭스태프의 판단인지 말이다.

이날 경기 후 NC 김수경 투수코치는 "경기 전부터 카스타노의 투구수를 100개로 세팅하고 들어갔다. 계획대로 운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전에서 투구수를 맥시멈으로 설정해, 경기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카스타노는 이날 98개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카스타노는 경기 후 "포수 사인이 좋아 내가 가진 100%의 기량을 보여줬다"고말하며 "내가 던진 일구, 일구가 너무 중요했다. 7회를 마무리 못한 부분이 걸리지만, 오늘 경기 모든 것이 좋았다"고 데뷔승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투수 전문가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제구가 좋아 보인다. 갑자기 흔들리거나, 연타를 허용할 것 같지는 않다. 수비력도 뛰어났다. 다만, 강한 팀들과의 경기를 몇 차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