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시계는 뭐하러 붙여놓고 있나.
애초에 '시범운영'이라는게 말이 안됐다. 이제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답은 나와있다. 피치클락에 한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한 시즌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치클락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ABS(로봇심판)와 피치클락 동시 도입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ABS까지는 현장이 수긍을 했지만, 너무 급진적인 변화에 야구가 망가질 수 있다며 피치클락에 대해서는 현장 감독들이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시했다. 여기에 파가 갈렸다. 발빠른 선수들이 많은 팀 감독들은 피치클락을 찬성하고, 도루 저지가 약한 팀 감독들은 반대를 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피치클락이 시행되면, 주자 견제 등이 어려워 도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KBO는 올시즌 전반기 시범운영, 후반기 도입 여부 결정이라는 최초안을 폐기하고 올시즌 전체 시범운영, 그리고 내년 시즌 도입 확정이라는 안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시즌 도중 최종안을 결정하는 건 너무 위험했다. 그 시기 팀 성적에 따라, 입장이 또 천차만별 달라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야구를 잘해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피치클락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 팀에는 타격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즌 전체 시범운영 이것도 문제다. 지나 주말 개막 2연전을 하고 난리가 났다. 지키는 팀은 지키고, 안지키는 팀은 아예 신경도 안쓰는 모습이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는 SSG 랜더스와의 개막 2연전 30번이나 피치클락을 위반했다.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 반대로 KT 위즈는 위반 '0'이었다.
이렇게 지키는 팀 있고, 아닌 팀 있고 그리고 아예 신경도 쓰지 않으면 시범운영의 의미가 퇴색된다. 그리고 결국 지키는 팀만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투수든, 타자든 자기 리듬에 맞춰 한 템포 쉬고 플레이를 하는 게 도움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결국 개막 2연전 후 열린 26일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이 나왔다. 롯데처럼 왕창 어긴 팀은 없었지만, 이제 10개팀이 고르게(?) 위반을 하기 시작했다. '위반 0번' 신화를 쓴 KT도 1경기에서 타자들만 6번이나 피치클락을 위반했다. "무조건 지키자"고 외쳤던 염경엽 감독의 LG 트윈스도 5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승부에 집중하면, 피치클락은 시간이 갈수록 더 무의미한 존재가 될 것이다. 시계는 무의미하게 돌아가게 됐다. 내년 시즌에 대한 대비는 올시즌 후부터 하면 된다고 생각할 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시범운영이어도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했다. 예를 들면 한 팀이 1경기에서 정해진 횟수를 넘어서면 그 때부터는 페널티를 준다든지, 한 선수가 1경기에서 여러차례 반복을 하면 페널티를 준다든지 어느정도 긴장감을 줘야 시범운영의 의미를 살릴 수 있었다. 지키지 않는 팀을 욕할 수도 없다.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KBO기 지침을 내려줬기 때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