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22년간 한 팀에서만 뛰며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그 선수,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강민이 인천 팬들앞에 인사를 건넸다.
2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SSG의 경기, 한화가 6대0으로 앞선 9회초 2사 상황. 한 타자만 아웃이 되면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던 순간에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김강민의 앞타자였던 최재훈이 조병현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 볼넷으로 출루해 김강민이 타석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7회말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은 김강민이 타석에 나서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강민은 이날 선발에서 빠졌고 최인호를 대신해 7회부터 대수비로 출전해 1번 타자 자리에 들어갔다.
직전 이닝이 1번타자로 끝나 타순이 한바퀴를 돌아야만 기회가 올 수 있었다. 그도 타석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예감 한 듯 자신의 유니폼을 걸어놓은 외야의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9회초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 둔 한화의 공격, "제발 볼넷!"을 외치는 1루 관중석 SSG 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재훈이 볼넷으로 나가게 된 순간부터 그의 이름이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김강민은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연습 스윙을 몇차례나 했다.
김강민이 감회에 젖은듯한 눈빛으로 관중석을 바라보며 타석으로 들어섰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양 팀 관중석에서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이계성 구심은 그에게 인사를 할 시간을 주기 위해 홈플레이트를 쓸어내리기 시작했고 김강민은 헬멧을 벗어들어 팬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상대팀이 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 친정팀 팬들과 한화 팬들은 김강민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낭만이 넘치는 인천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