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선발만 어떻게 버텨준다면….
키움 히어로즈는 암울한 시즌 전망에 울어야 했다. LG 트윈스, KT 위즈, KIA 타이거즈의 3강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나머지 6개팀이 남은 5강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KBO리그는 10개팀인데, 왜 6개팀이냐. 1팀은 그 경쟁 구도에 끼지 못할 거라는 냉정한 판단 때문이었다. 키움이었다. 현장에서는 대놓고 말을 못해도 사실상 키움을 '1약'으로 점찍었다.
키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꼴찌였다. 안그래도 없는 살림에 이정후, 안우진, 최원태 투-타 간판들이 사라졌다. 26세이브 투수 임창민도 삼성 라이온즈로 떠났다. 정찬헌, 원종현 등 베테랑들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장기레이스는 선발 놀음이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자리가 확실한 주인 없이 공석이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김선기, 하영민, 조영건으로 어렵게 구색을 갖췄다. 하지만 타 구단 국내 선발진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와중에 조영건까지 다쳤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특히 불펜진을 신인 선수들로 대거 채우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했다. 전준표, 손현기, 김윤하, 김연주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시범경기부터 적극 투입했고, 어린 투수들이 씩씩하게 잘던졌다.
LA 다저스와의 '서울시리즈'에서 이 선수들을 투입해 참혹한 결과가 나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홍 감독은 이 선수들이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 적응을 해봐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굴욕'을 감수해냈다.
"무조건 쓰겠다"는 홍 감독의 뚝심은 개막 엔트리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23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에서 1경기지만 그 결실이 제대로 맺어졌다.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7실점으로 참혹하게 무너진 가운데, 손현기-전준표-김연주가 차례로 나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주며 개막전 대패를 막아줬다. 5대7로 패했지만, 추격의 발판을 어린 선수들이 마련해준 것만도 칭찬받을만 했다. 원정, 그리고 화력이 센 KIA 만원 관중 앞에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못할 때도 있겠지만, 일단 시작이 좋다. 그리고 구위, 마인드가 신인답지 않게 모두 훌륭하다. 이 선수들이 불펜에서 제 역할을 해주면, 키움도 순위 경쟁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선발이 버텨줘야 한다. 일단 24일 비로 경기가 취소돼 당장 구멍난 5선발 자리를 메워야 하는 건 다음 턴까지 여유가 생겼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