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도박 스캔들에 휘말린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처음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의 반응은 차갑다. 가장 큰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LA 다저스 오타니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공식 성명문을 밝혔다. 오타니는 새로운 통역과 함께 약 11분간 미리 적어온 메모를 보고 자신의 입장을 읽었다.
미국 'ESPN'은 미국 사법 당국으로부터 불법 스포츠 베팅 업체 운영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매튜 보위어와 관련한 취재를 하던 중 오타니의 이름을 발견했다. 'ESPN'이 검토한 복수의 소식통과 은행 자료에 따르면, 오타니의 이름으로 된 은행 계좌로부터 지난해 9월, 10월에 걸쳐 보위어의 동료에게 송금이 된 사실을 확인했다.
스콧 빌리어드 미국 국세청 대변인도 22일 'ESPN'에 "현재 미즈하라와 보위어를 조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보위어 측(정확히는 보위어 동료 명의로 된 계좌) 계좌로 송금된 금액은 450만달러(약 61억원)로 알려졌다. 핵심은 '누가 송금을 했는가'다. 미즈하라는 'ESPN'과의 최초 인터뷰에서 "2022년 이후 도박빚이 급격하게 불어나서 결국 오타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오타니는 기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돕겠다고 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여러 차례 송금을 했다.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가 이튿날 "오타니는 아무런 사실을 몰랐다"고 번복했다.
오타니는 이날 발표한 공식 입장에서 "믿고 있던 사람의 잘못에 슬프고 충격적"이라면서도 "저는 미즈하라 잇페이씨의 빚 상황에 동의하지 않았고, 송금을 부탁한 적도, 허락한 적도 없다. 한국에서의 개막전 후 호텔로 돌아가 그와 대화하면서 거액의 빚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저에게 계좌에 마음대로 접속해 송금했었다고 밝혔다. 저는 스포츠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고, 송금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타니의 입장 발표에도 미국 언론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스포츠 매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언론사들이 모두 오타니의 입장문 발표를 앞다퉈 보도했는데 "가장 큰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어떻게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개인 계좌에서 거액의 돈을 여러 차례 송금할 수 있었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오타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게 사진 촬영을 금지했고, 질의응답도 받지 않았다. 오타니는 "이게 말씀드릴 수 있는 전부"라는 이유로 추가 질문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5일 '왜 오타니가 도박 스캔들에서 결백하기 힘든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면서 "금융 기관들은 전형적으로 송금액 제한을 가지고 있다. 1970년 은행비밀보호법에 따라 금융 범죄 집행 네트워크에 통화 거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 기관들은 운전 면허증이나 다른 정부 발생 서류, 사회 보장 번호 같은 개인 신원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오타니가 며칠 전까지 450만달러에 달하는 송금을 정말 몰랐다면, 미즈하라는 사기와 신분 도용 혐의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오타니의 개인 정보 문서를 훔치거나 위조했어야 가능하다. 두사람의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담은 서류에 접근할 수 있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몇 달에 걸쳐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계좌에서 그런 거액을 몰래 송금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면 오타니가 좀 더 자주 계좌 잔고를 확인하기를 바란다. (이런 이유로) 가장 간단한 설명은 오타니가 직접 돈을 보냈다는 것 뿐이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몰래 거액을 이체했다는 게 미국의 금융 환경상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포브스'의 지적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