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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전]"'정몽규 나가' 요란" 손흥민+이강인 '어깨동무'도 무색, 고장난 골결정력…FIFA 랭킹 101위에 '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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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6만4912명, 만석이었다. 상암벌에는 갈등도, 야유도 없었다. '그냥 대가리 박고 뛰어' '응원은 우리가 할테니', 붉은악마의 플래카드만 펄럭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분노를 비켜가지 못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화살이 향했다. '정몽규 나가'라는 깃발이 나부꼈고, 전, 후반 시작과 함께 "정몽규 나가"라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은 '손흥민 보유국'이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충돌, 이른바 '탁구게이트'로 촉발된 카타르아시안컵의 '대공황'은 손흥민의 한 방으로 눈 녹듯 사라졌다.

전반 42분이었다. 이재성의 컷백을 손흥민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20일 "강인 선수가 사과하는 용기도 필요하고, 그런 용기 있는 자세를 보였다. 선수들도 이런 마음을 잘 받아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 많은 분이 걱정하는 것만큼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 말을 그라운드에서 실현시켰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무늬에 불과했다. FIFA랭킹 101위 태국은 숨막히게 대한민국(22위)을 괴롭혔다. 무섭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의 선두주자다웠다. 전반 초반 쉴새없이 몰아친 태국은 중반 이후에는 소강상태였다. 하지만 후반 또 살아났고, 17분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태극전사들을 당혹케 했다. 태국은 니콜라스 미켈스의 '슈터링'을 교체투입된 수파낫 무에안타가 쇄도하며 왼발을 갖다 대 골네트를 갈랐다.

태국전 하루 전날 첫 훈련을 소화,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선발에서 제외된 이강인이 급호출됐다. 관중들은 반색했다. "이강인"을 연호하는 함성이 메아리쳤다. 손흥민은 후반 23분 두 번째 골문을 열었지만 패스를 건넨 김진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였다. 2분 뒤 이강인이 내준 볼을 손흥민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상대에게 걸렸다. 후반 43분 손흥민의 결정적인 패스가 황인범에게 배달됐다. 그러나 황인범의 슈팅도 가로막혔다. 이어진 김영권 백승호의 슈팅도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골결정력이 한탄스러웠다.

결국 이변의 밤이었다. 대한민국이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3차전서 1대1로 비겼다. 2차예선 2전 전승의 흐름이 끊겼다. 대한민국은 1차전에서 싱가포르를 5대0으로 대파한 데 이어 2차전에서 중국을 3대0으로 제압했다. 하지만 태국의 덫에 걸렸다. 4차전 상대도 태국이다. 닷새 후 26일 방콕의 라자망갈라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연습생 신화' 주민규(울산)가 감격의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무승부로 분루를 삼켰다. 그는 33세333일만에 A대표로 발탁됐다. 최고령 태극마크의 기록을 작성했다. 태국전 출전으로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343일)도 새롭게 세웠다. 그동안 최고령 데뷔전 기록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튀르키예전의 한창화(32세168일)였다. 선발 출전한 주민규는 64분을 소화했다. 데뷔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화려한 연계 플레이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주민규의 울산 동료인 이명재도 후반 교체투입돼 A매치에 데뷔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는 북중미월드컵에서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티켓은 4.5장에서 8.5장으로 늘었다. A대표팀은 2차예선에서 중국, 싱가포르, 태국과 함께 C조에 포진해 있다. 각조 1, 2위가 최종예선에 올라 승점 1점도 큰 문제는 없지만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상암=김성원 박찬준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