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차 목표가 봄배구였는데,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달라진 포지션에 완벽 적응했다. 활화산 같은 공격력 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다.
허수봉은 '배구명가' 현대캐피탈의 적자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 대한항공에 뽑혔지만, 곧바로 현대캐피탈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래 9년째 천안의 별로 활약중이다.
아포짓과 아웃사이드히터를 넘나들며 현대캐피탈 리빌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팀이 5라운드 4승2패, 6라운드 5승1패의 '미라클런'으로 봄배구 막차를 타는 과정에도 경기당 평균 17.6점, 최고 32득점을 올린 허수봉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이제 현대캐피탈은 21일 OK금융그룹과의 준플레이오프를 겨냥하고 있다. 단판승부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만난 허수봉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든다. 우린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뭉친 팀이니까"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미 앞선 6라운드 마지막 경기 OK금융그룹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자력으로 봄배구 티켓을 거머쥔 그들이다.
진순기 감독대행 체제로 이뤄낸 기적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그는 선수단에게 '내가 해야한다는 책임감과 욕심을 내려놔야한다', '힘으로만 말고 강약 조절을 하라'는 충고를 던졌다.
"레오(OK금융그룹)가 얼마나 잘할지 걱정이다. 솔직히 부담감이 적진 않다. 하지만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린 봄에 더 강하고, 큰 경기에 더 강한 팀이다. 팀동료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
허수봉은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이 꼽은 현대캐피탈 경계후보 1순위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올시즌 내내 '우리가 있을 순위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포지션 변경이나 대표팀 일정으로 인해 합이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결과로 이뤄냈다. 즐기는 배구의 승리"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에는 아쉽게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에 패했다. 대한항공은 올해도 정규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며 전인미답의 통합 4연패를 노리고 있다. 허수봉은 "OK금융그룹은 물론 우리카드, 대한항공도 못 이길 팀이 아니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우리가 링컨을 못 막았는데, 이젠 그 링컨이 없다. 반면 우리 팀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자배구의 경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다녀온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띄는 시즌이었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하루 걸러 치러진다. 더욱 치열한 체력전이다.
허수봉은 "시즌 초에는 좀 힘겨웠다. 지금은 전혀 문제 없다. 힘들어도 참고 해야한다. (전)광인이 형도 견뎌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OK금융그룹과의 준플레이오프는 레오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레오 개인에겐 OK금융그룹 입단 후 첫 봄배구다. 한편 현대캐피탈에게 레오라는 존재 자체가 숙적이기도 하다.
"레오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선수는 아니다. 줄건 주고, 우리 플레이를 해야한다. 6라운드 때도 1~2세트는 레오를 거의 못막았지만, 결국 우리가 뒤집지 않았나. 범실을 줄이고, OK금융그룹의 국내 선수들을 잘 막는다면 이길 수 있다."
현대캐피탈과 OK금융그룹의 준플레이오프는 오는 21일 안산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다. 승자는 23일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