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여전한 핀포인트 제구. 140㎞대 초중반의 직구. 두루 활용하는 3종 변화구까지.
'괴물'이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마쳤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 삼진 6개, 투구수 76구를 기록했다.
경기전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이 한번씩 류현진의 공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라인업에는 캡틴 전준우를 비롯해 정훈 김민성 유강남 노진혁 레이예스 등 주력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서울시리즈(메이저리그 개막전 및 연습경기)로 빠진 선수들을 제외하면 베스트에 가까운 라인업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류현진은 제구가 정말 좋다. 존에서 한두개 정도는 마음먹은대로, 거의 90% 정도는 던진다고 봐야한다"면서 "좋은 카운트 뺏기면 상대하기 어렵다. 가진 구종도 워낙 좋다. 카운트 잡는 공을 얼마나 놓치지 않고 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최원호 감독은 "무서울 정도"라며 새삼 류현진에게 놀랐다는 속내를 전했다. 수첩에 적으면서 던지는 양 구종의 비율을 정확하게 배분한다는 것.
그는 "직구는 평균 140㎞대 중반, 최고 140㎞ 후반대가 나온다. 변화구 퀄리티가 높고, 제구가 정말 좋다. 타자들이 공을 길게 보질 못한다. 자꾸 스트라이크가 되니까. 코너워크가 된 공을 치다보면 투구수는 줄고 이닝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서울 정도로 배분을 잘한다. 직구와 변화구가 반반이고, 변화구는 3가지를 또 ⅓씩 나눠서 던진다. 그러니 구종을 예측하기 어렵다. 확률 높은 공이 없고, 직구도 몸쪽 바깥쪽이 있으니까, 타자 입장에선 복불복 타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류현진은 5이닝 80구 정도를 예정했다. 최원호 감독은 "5회가 끝났는데 투구수가 너무 적으면 상의 좀 해보겠다. 오늘 경기 내용보다는 던지고 나서의 회복 상태가 중요하다"고 했다.
류현진이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른 건 햇수로 12년, 4362일만의 일이다. 2012시즌 개막전인 4월 7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 6이닝 8피안타(1홈런) 5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당시 류현진에게 홈런을 친 롯데 선수는 조성환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1회말 1사 1,2루의 첫 위기를 맞았다. 롯데 선두타자 정훈에게 안타, 노진혁 삼진 후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 하지만 전준우와 유강남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2회는 3자 범퇴.
3회 2사 후 노진혁에게 투수 강습안타를 내줬다. 글러브 맞고 떨어진 공을 미처 줍지 못해 1루를 허용했다. 이어 레이예스가 파울 홈런 후 1,2루간 안타를 치며 2사 1,2루가 됐다.
다음타자 전준우의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뜬공. 하지만 한화 우익수 임종찬이 낙구지점 파악에 실패하며 그대로 우익수 앞 2타점 2루타가 됐다. 류현진은 공이 높게 뜬 모습을 보며 더그아웃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지만, 이내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했다. 그래도 류현진이 유강남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3회말 마무리.
4회말은 반대였다. 롯데 김민성의 빗맞은 타구를 유격수 이도윤이 슈퍼캐치로 건져올렸고, 박승욱의 안타 후 이주찬의 3루쪽 느린 땅볼을 하주석이 멋지게 처리해냈다. 장두성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잘 막았다. 5회말은 정훈-노진혁의 연속 삼진 포함 3자 범퇴로 마무리했다.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한화 우익수 임종찬은 그래도 타격에서 '보은'했다. 전날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을 기록했던 임종찬은 이날도 1회 2점째를 따낸 적시타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앞서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 프로야구 투수를 꿈꾸는 어린이에게 '수비를 믿지 말고 삼진 잡겠다는 마음으로 던져라'라고 충고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화로 돌아온 올해 "수비를 믿고 던지겠다"며 웃었지만, 시범경기부터 뜻밖의 경험을 했다.
류현진은 2월 22일 한화와 총액 170억원에 8년 계약을 맺었다.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첫날 불펜투구에서 45구를 던졌다. 두번째 불펜피칭에선 60구, 라이브 피칭에선 65구를 던졌다. 지난 7일 홍백전에선 46구, 12일 시범경기 KIA전에선 62구를 던지며 4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KIA 외인 소크라테스를 어리둥절하게 한 존 끝에 걸치는 변화구 제구가 돋보였다. 직구도 최고 구속 148㎞를 기록했다.
이날 롯데전에서 던진 76구는 한화 복귀 이후 최다 투구다. 다만 메이저리그 시절 류현진에게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던 레이예스가 이날 홈런성 파울 하나를 곁들여 3타수 2안타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2안타 갖고 무슨 천적이냐"며 웃었지만, 존재감이 남다른 것은 사실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