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은 상처만 남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 이른바 '탁구게이트'로 낙인찍힌 '캡틴'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의 갈등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여전히 후유증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손흥민 이강인 등 다시 A대표팀의 시간이다. 태극전사들이 지난달 7일 카타르아시안컵 4강에서 주저앉은 후 40일 만에 재소집된다. 임시지만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이끈 신태용 감독 이후 5년8개월 만에 국내 지도자가 팀을 이끈다.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3월 A매치 2연전을 지휘한다.
A대표팀은 이제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향해 달린다. 아시아 2차예선이 재개된다. 2전 전승을 기록 중인 대한민국은 21일과 26일 태국과 3, 4차전을 치른다. 3차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4차전은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스타디움에서 열린다. A대표팀은 태국전을 모두 잡으면 일찌감치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황 감독은 1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담금질을 시작한다. 공개된 23명의 최종엔트리 가운데 한 자리에 변화가 있다. 엄원상(울산)이 왼발목 부상으로 낙마했다. 송민규(전북)가 대체 발탁됐다. 일단 치유가 우선이다. 황 감독은 부상인 황희찬(울버햄튼)을 제외하고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 주축 선수들을 그대로 포함시켰다. 여기에 K리그 득점왕 주민규(울산)를 비롯해 정호연(광주) 이명재(울산)가 처음으로 발탁됐다. 카타르월드컵을 누빈 백승호(버밍엄) 권경원(수원FC) 김문환(알두하일) 등도 재승선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은 봉합됐다. 이강인이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사과했고, 손흥민도 따뜻하게 품에 안았다. 이강인은 다른 선배, 동료들에게도 연락해 고개를 숙였다. 팬들에게도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이다. 이번 소집을 통해 '완전한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 황 감독이 이강인을 발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이강인은 축구팬 여러분과 팀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싶어한다. 손흥민은 그런 이강인을 보듬고 화합해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며 "이런 일들이 두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있는 팀원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태국 2연전을 하나된 모습으로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치러야 한다. 선수들이 같은 마음이길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손흥민도 17일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이날 풀럼과의 원정경기(0대3 패) 후 스포츠조선과의 현장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이 끝나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생각만 했으면 (대표팀을) 그만할 수도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가 축구팬들에게 약속한 것들, 나라를 위해 능력이 되는 선에서 정말 끝까지 하겠다라는 그런 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정말 오로지 팬분들만 생각했고, 한 번은 꼭 웃게 해드리고 싶다"며 "이번에 들어가면 분명히 어수선한 분위기일 거고, 새로운 선수들도 많이 온다. 대표팀은 와서 경험을 쌓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 5000만 국민이 보고 응원하는 자리다. 훈련 자세, 경기에 임하는 자세 하나하나 정말 100% 이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런 자세로 소집을 한다면 모든 선수들이 분명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강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두 경기가 있는 만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또 선수들을 잘 통제하고 선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눠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