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제 진짜 웃을 일이 아니다. LA 다저스의 분위기가 심각하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시범경기 2경기 연속 난타를 당했다.
야마모토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74구를 던져 8안타 7탈삼진 1볼넷 4실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3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안타 없이 5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는데, 타순이 한바퀴 돈 4회부터 정신없이 안타를 맞기 시작했다.
4회 선두타자부터 3연속 안타를 허용한 후 무사 만루에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5회에는 피치 클락 위반 경고를 받은 후 폭투까지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또 주자 2,3루 상황에서 우익선상 2루타를 허용해 추가 2실점을 했다. 결국 야마모토는 2사 주자 3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닝을 끝내지 못했다. 관중석에서 야마모토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그는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에 내려와서도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실 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진다. 이날 등판이 야마모토가 다저스와 계약한 후 세번째 시범경기 등판이었다. 지난 2월 29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는 2이닝 1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출발을 했지만, 이후 두경기는 연속으로 무너졌다. 지난 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3이닝 6안타 4탈삼진 3볼넷 5실점으로 부진한데 이어 또 한번 무너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96마일(약 154.5km)까지 나왔다.
문제는 야마모토의 빠른볼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날카로운 제구력을 앞세운 낮은 변화구에 타자들이 속지 않고 있다.
야마모토는 그냥 그런 유망주 투수가 아니다. 투고타저인 일본프로야구를 이미 평정한 투수다. NPB 최초로 2년 연속 투수 5관왕, 3년 연속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 수상 등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다저스가 그에게 12년 3억2500만달러(약 4280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범경기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몸을 잘 만들었고 컨디션을 잘 끌어올렸는데도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야마모토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범 무대가 끝났다. 야마모토는 애리조나 시범경기 등판을 이제 끝내고 오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 2연전 중 2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돼 있다.
야마모토의 빅리그 공식 데뷔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시범경기 내용들이 심상치 않아 다저스의 고민이 더욱 커졌다. 야마모토는 신장 1m78에 체중 80kg로 투수로는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150km 중반을 넘는 빠른볼과 커터, 스플리터, 커브 등을 주무기로 성장했다. 작은 체구의 투수도 완벽한 밸런스와 많은 훈련양을 통해 리그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신화를 직접 증명한 투수다. 그런데 빅리그 공식 데뷔를 앞두고 불안한 투구가 이어지고 있다.
야마모토는 경기 후 '스포니치 아넥스' 등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몰린 볼이 많았던 것 같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컨트롤에 신경을 써서 던지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이 생각보다 덜 낮게 떨어지거나 가운데 몰린 공이 많았다"면서 "다음주부터 개막이기 때문에 제대로 던지면 아웃이 나올거라고 생각한다. 4실점을 해서 투구 결과가 좋지는 않지만 좋은 점도 있었고, 경기 감각은 점점 나오고 있기 때문에 오늘을 되돌아보고 다음주 등판에 연결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일본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던 모습까지 보여줬다. 5회에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후 투구에 시간이 걸리면서 피치클락 위반 경고가 나왔다. 그리고 폭투까지 나오는 등 당황하는 모습의 연속이었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매우 생산적으로 스프링캠프를 잘 마쳤고, 무엇보다 건강을 잘 유지했다"면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첫 2회는 완벽했고, 3~5회에는 변화구가 안정적으로 제구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첫 등판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