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대회로 여겨지는 '별들의 무대'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낭심 스캔들'이 터졌다.
상황은 이렇다. 14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메트로폴리타노 스타디움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인터밀란이 2023~2024시즌 UCL 16강 2차전을 치렀다. 경기 중 아틀레티코 수비수 스테판 사비치가 인터밀란 공격수 마르쿠스 튀랑를 바짝 붙어서 마크했다. 그때 인터밀란의 등번호 9번 튀랑의 왼손이 슬며시 사비치의 '그곳'을 향했다. '데일리메일'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튀랑은 그대로 사비치의 낭심을 움켜쥐었다. '원풋볼'은 '흑마법'이라고 표현했다. 사비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곳'을 붙잡고 바닥에 뎅굴뎅굴 굴렀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선수들이 사비치 주변에 모였다. 폴란드 출신 시몬 마르치니악 주심이 달려와 사태 파악에 나섰다.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이 매의 눈으로 사태를 들여다봤지만, 결론은 노 파울이었다.
튀랑은 연장 전반 12분 알렉시스 산체스와 교체돼 나갔다. 튀랑과 사비치는 재미있는 일화를 공유한 듯 서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경기 후에는 사비치가 장난스럽게 튀랑의 뒤통수를 때렸다. '스포츠바이블'에 따르면, 이 장면을 목격한 팬들은 SNS 등을 통해 "튀랑이 다른 볼을 건드렸네, 어떻게 퇴장을 안 주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경기는 아틀레티코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2-1로 승리해 1, 2차전 합산 스코어 2-2를 만든 아틀레티코는 승부차기에 얀 오블락의 '2연속 선방'에 힘입어 승부차기 점수 3-2로 승리하며 2년만에 UCL 8강에 진출했다.
'낭심 스캔들'은 의외로 축구계에서 이따금 발생한다. 지난 2019년 수원에서 열린 슈퍼매치에서 당시 수원 수비수였던 홍철(현 대구)이 서울 공격수 박동진의 낭심을 움켜잡았다. 홍철은 경기 후 "동진이에게 사과하고 싶다. 내 갈 길을 막아서 그렇게 됐다. 처음 잡았을 때 잘못 잡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퇴장 위기를 넘긴 홍철은 "동진인 남자답더라. 경기 끝나고 '(너는)남자였다'고 말해줬다"고 조크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박동진은 "어린이날에 내 어린이 못 만들 뻔...조심해주세요 철이형"이라고 유쾌하게 화답했다.
영국 매체들은 1988년 2월 윔블던과 뉴캐슬에서 비니 존스가 폴 개스코인의 '그곳'을 움켜쥔 사건을 재소환했다. 갓 스무살이 된 '축구천재' 개스코인의 기를 죽이려는 속셈이었다. 전략(?)은 들어맞았다. 윔블던이 뉴캐슬 원정에서 3-1로 승리했고, 개스코인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