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3월 A대표팀에 발탁된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주춤한 시기를 딛고 정상 폼을 되찾았다.
이강인은 14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니스와의 2023~2024시즌 쿠프 드 프랑스 8강에서 90분 풀타임 뛰며 날카로운 움직임과 킥을 선보였다.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90분 동안 이강인 특유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활약으로 항간에 제기된 '입지 불안설'과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지웠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킬리안 음바페, 파비안 루이즈, 루카스 베랄두의 연속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하며 가볍게 준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프랑스 리그앙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 중인 PSG는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도 올라 '트레블'(단일시즌 3개대회 우승) 가능성을 이어갔다. 내달 4일 스타드 렌과 결승 진출을 다툴 예정이다. 이 경기 승자는 올랭피크 리옹-발랑시엔 승자와 결승에서 만난다.
지난해 여름 마요르카를 떠나 PSG에 입단한 이후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 중인 이강인은 이날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낙점받았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음단장' 음바페를 비롯해 우스만 뎀벨레, 루이스, 비티냐, 뤼카 에르난데스, 워렌 자이르-에메리, 베랄두, 잔루이지 돈나룸마 등 주전급 자원을 총투입했다.
PSG는 전반 14분 음바페의 이른 선제골로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강인의 우측 크로스가 선제골 기점이 됐다. 33분 루이즈가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추가골을 터뜨렸다. 37분 라보르데에게 만회골을 내주면서 전반을 2-1로 앞선 채 마쳤다. 후반 15분 베랄두가 헤더로 추가골을 터뜨리며 니스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강인은 팀이 꾸준히 리드를 하는 상황에서 공격 진영과 수비 진영을 쉴새없이 움직이며 주로 우측면에서 라이트백으로 출전한 자이르-에메리, 우측 윙어 뎀벨레와 호흡을 맞췄다. 공격진을 향한 날카로운 전진패스와 드리블 탈압박을 거듭 성공시켰다.
볼 경합도 적극적이었다. 상대와 8번 지상 경합 상황에서 4번 공을 따냈고, 태클도 2번 성공했다.
활약의 백미는 후반 19분 프리킥이었다. 상대 페널티 박스에서 가까운 위칙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우측에 치우친 지점이라 왼발 키커인 이강인이 킥을 준비했다. 이강인은 골문 우측 상단을 노리고 왼발을 휘둘렀고, 공은 강하게 휘어들어갔다. 니스 골키퍼 불카가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냈다.
이강인은 이날 전체적인 움직임과 탈압박 능력, 거기에 날카로운 프리킥을 통해 최근에 폼(경기력)이 얼마나 올라왔는지를 직접 증명했다. 지난 10일 스타드 랭스전에 이어 나흘만에 또 90분 풀타임 출전으로 '입지 불안설' 따위는 없다는 걸 보여줬다.
PSG는 끝까지 3-1 스코어를 지키며 4강 진출권을 따냈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탁구게이트'에 연루된 이강인은 3월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을 앞두고 절정의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다. 한국은 21일 홈, 26일 태국 원정에서 경기를 펼친다.
앞서 황선홍 A대표팀 임시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과 직접 소통했다. 이강인은 축구 팬과 팀원들에게 사과하고 싶어하고, 손흥민은 이강인을 보듬어 안고 화합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강인을)선발했다"고 밝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