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7년만의 봄배구를 이끈 주역, '캡틴' 이소영의 출전이 사실상 불발됐다.
정관장 측 관계자는 13일 이소영의 발목 부상에 대해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해도 출전할 수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전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은 올해야말로 '물'을 만난듯 했다. 시즌 막판 7연승을 내달렸다. 1위 현대건설도, 2위 흥국생명도 조자룡 헌창 쓰듯 무찔렀다. 지아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메가와의 시너지 효과가 폭발했고, 중앙의 정호영-박은진도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진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국대세터' 염혜선의 조율은 눈부셨다.
시즌전 어깨 수술로 인해 한때 시즌아웃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이소영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강한 의지와 예상보다 빠른 회복력을 앞세워 코트에 섰고, 4라운드부터는 '캡틴'다운 존재감을 뽐냈다. 안정된 리시브와 코트 전체를 커버하는 미친 디그로 팀 전력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1라운드 이후 다소 비틀거리던 정관장이 다시 고공비행을 시작한 이유다.
정관장은 지난 7일 GS칼텍스를 꺾고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다. 4위 GS칼텍스와의 차이를 벌리며 준플레이오프 가능성을 소멸시킨 것.
하지만 이날 2세트 초반 이소영이 블로킹 직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이 심하게 꺾였다. 이소영은 크게 고통스러워하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들것이 들어온 뒤에야 코트를 떠났다.
아이싱 등 응급 조치를 마친 이소영은 팬들 앞에 잠깐 미소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튿날 진행된 정밀검진에서 발목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구단 측은 "초기 고정 및 재활, 기본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수술을 요하는 상황은 아니고, 포스트시즌 출전은 선수의 회복 여부를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치료와 회복, 재활에 최소한 4주 이상이 걸린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온 이상,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플레이오프 출전은 사실상 불발됐다. 이소영 스스로도 간절히 원했던 무대지만, 선수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정관장은 2016~2017시즌 이후 7년만에 봄배구 무대에 올랐다. 플레이오프 직행 확정 직후 염혜선과 한송이 등 베테랑들부터 눈물이 터져나온 이유다. 정호영 박은진 역시 프로 데뷔 이래 첫 플레이오프 무대다.
하지만 거칠 것 없이 달려온 정관장은 이소영의 부상 이탈로 적지 않은 전력 공백을 안게 됐다. 이소영의 빈 자리는 박혜민이 메꿀 예정이다.
정관장은 현대건설-흥국생명 중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는 팀과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정규시즌 우승 향방은 오는 15~16일 두 팀의 최종전이 끝나야 결정된다.
정관장의 남은 2경기는 순위와는 무관하다. 다만 창단 후 최다 연승(현재 8연승) 신기록이라는 변수는 있다. 정관장은 13일 페퍼저축은행, 17일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