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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회 아카데미] '오펜하이머' 작품상→주·조연상 독식..'패스트 라이브즈' 불발X故이선균 추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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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변은 없었다. 올해 오스카는 지난해 최고의 명작으로 호평을 받은 영화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영예를 안기며 성대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11일(한국시각)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부터 아카데미 회원들이 뽑는 상으로 미국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만이 투표권을 가진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은 이변 없이 '오펜하이머'에게 돌아갔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최다 기록을 세운 '오펜하이머'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크리스토퍼 놀란),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을 비롯해 최종적으로 7개 부문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력한 후보였던 '오펜하이머'가 예상 그대로 올해 아카데미 최고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뤘다. '원폭(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이론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실화를 영화화한 '오펜하이머'는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등이 출연했고 '메멘토' '다크 나이트' '인셉션' '다크 나이즈 라이즈' '인터스텔라' '테넷'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동안 많은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유독 수상과 인연이 없었던바, 올해 드디어 첫 감독상 수상 트로피를 안으며 뜻깊은 마무리를 짓게 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무대에 올라 "너무 많은 사람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섰다. 이 작품의 가능성을 봐줘서 감사하다. 22년 동안 이 책에 헌신을 보여줬다. 아카데미가 100년여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100년 동안 정말 여러 가지 놀라운 여정을 소개하고 각 분야 사람들을 조명했다. 그런 아카데미의 상을 수상해 영광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오펜하이머'의 주연인 킬리언 머피와 조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첫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킬리언 머피는 첫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선정에 수상까지 거머쥐는 영광을 얻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생애 첫 아카데미 시상식 트로피를 차지했다.

여우조연상 또한 이변은 없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가여운 것들'로 인생작을 경신한 엠마 스톤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겼다. '가여운 것들'은 고드윈 벡스터 박사로 인해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벨라 백스터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엠마 스톤은 주인공 벨라 백스터로 파격 변신을 소화했다. 앞서 엠마 스톤은 2017년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바, 올해 두 번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엠마 스톤은 뜯어진 드레스를 언급하며 "내 드레스가 뜯어졌다. 라이언 고슬링의 켄 공연을 볼 때 너무 신났던 것 같다"며 재치를 보였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을 붙잡은 특별한 무대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로 손꼽혔다. 무엇보다 올해엔 주제가상 후보들의 특별한 무대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바비'에서 켄 역할을 소화한 라이언 고슬링이 마크 론슨과 함께 아카데미에서 영화의 주제곡인 '아임 저스트 켄'을 완벽히 소화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더불어 의상상 시상자로 나선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존 시나의 모습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호스트 지미 키멜은 "쇼킹했던 순간의 50주년이었다. 1974년 제4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호명하던 중 한 남자가 발가벗고 무대를 가로질렀다, 무대에 홀딱 벗은 남성이 가로지른다면 어떻겠나, 정말 놀랍지 않으시겠나"며 운을 띄웠고 곧이어 존 시나가 무대 뒤 나체의 모습으로 등장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존 시나는 지미 키멜을 향해 "마음이 바뀌었다. 하고 싶지 않다. 이건 옳지 않다. 점잖은 자리다"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지미 키멜은 "발가벗고 레슬링도 하지 않나?"며 부추겼고 존 시나는 "남자의 몸은 웃음거리가 아니다"고 말하며 수상자 봉투로 중요 부위를 가린채 무대 중앙에 등장해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국내 영화 팬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도 있었다. 지난해 작고한 할리우드 배우들을 언급하며 출연작을 회고하고 추모하는 무대인 인 메모리엄(IN MEMORIAM)을 통해 고(故) 이선균을 추억하게 된 것. 앞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뿐만 아니라 지난달 열린 제30회 미국 배우 조합상 시상식에서도 추모 공연에 이선균이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탈리아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아들 마테오 보첼리와 함께 'Time to Say Goodbye'를 부르며 추모 공연을 시작, 지난해 세상을 떠난 라이언 오닐, 매튜 페리, 류이치 사카모토 등이 언급됐고 '기생충'(19, 봉준호 감독)의 한 장면과 이선균의 사진도 영상에 담겼다. 이선균은 한국 영화 최초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휩쓴 '기생충' 수상 당시 시상식에 참석해 영광을 함께 누렸다. 아카데미는 '기생충' 수상 이후 이듬해 '기생충'의 최우식, 이정은,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등을 아카데미 회원으로 초대했지만 이선균은 아쉽게 아카데미 회원으로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인 메모리엄을 통해 이선균을 다시 한번 조명, 마음을 담은 추모를 이어갔다.

또한 국내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패스트 라이브즈'도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이자 '넘버3'(97)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 셀린 송의 첫 연출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두 부문 후보에 올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역대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중 감독 및 작가로서 장편 데뷔 작품이 작품상과 각본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된 건 셀린 송 감독이 네 번째이며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 첫 번째 기록이다. 한국계 감독의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사례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이고 한국계 여성 감독으로는 첫 번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돼 의미를 남겼지만 최종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하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 명단>

▲작품상='오펜하이머'

▲감독상=크리스토퍼 놀란('오펜하이머')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여우주연상=엠마 스톤('가여운 것들')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펜하이머')

▲여우조연상=다바인 조이 랜돌프(바튼 아카데미')

▲각본상='추락의 해부'

▲각색상='아메리칸 픽션'

▲편집상='오펜하이머'

▲주제가상=빌리 아일리시, 피어니스 오코넬('바비')

▲음악상='오펜하이머'

▲음향상='존 오브 인터레스트'

▲촬영상='오펜하이머'

▲미술상='가여운 것들'

▲의상상='가여운 것들'

▲분장상='가여운 것들'

▲시각효과상='고질라 마이너스 원'

▲국제장편영화상='존 오브 인터레스트'

▲장편애니메이션상='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단편애니메이션상='워 이즈 오버'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