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BO와 뉴미디어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OTT 플랫폼 티빙.
9일에는 시범경기 부산 SSG-롯데전, 10일엔 수원 LG-KT전을 중계했다.
올 시즌부터 모바일, PC에서 KBO리그를 보기 위해선 티빙 유료 가입이 필요한 상황. 처음으로 KBO리그 중계에 나서는 티빙이 과연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화질은 기대 이하였다. 760p 화질 중계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동안 포털 사이트에서의 1080p 중계 시청에 익숙했던 팬들에겐 낯선 환경. 낮은 화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생중계와 함께 제공된 문자 중계에선 선수 이름조차 제대로 몰라 등번호로 표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수십대의 카메라가 움직이고 긴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는 야구 생중계 환경. 처음으로 프로야구 중계에 나선 티빙의 생소함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
그러나 중계 후 5시간 뒤 올라온 하이라이트 영상은 실망을 넘어 분노할 만한 수준이었다.
'삼성 라이언즈', '2루까지 완벽하게 SAVE', '22번 타자', '3루를 찍고 홈런', '전근우', '에레디야' 등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자막이 계속 올라왔다. 기본적인 팀명 뿐만 아니라 선수 이름, 야구 용어조차 숙지하지 못한 '야알못'이 급히 작업한 티가 역력했다.
KBO리그 메인스폰서인 신한은행의 로고는 모자이크로 가려지기도 했다. 야구인지,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지 헷갈릴 정도. 이쯤되니 '티빙은 야구에 대한 존중이 있기는 한가'하는 의구심이 야구팬들을 분노케 했다.
티빙은 KBO리그 중계를 앞두고 다양한 준비를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 시범경기 중계만 놓고 보면 과연 무엇을 준비했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앞서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 등을 통해 '최소한의 노하우'를 쌓았을 것이란 기대는 착각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 유료화를 진행한다는 가입자 확보는 커녕 기존 KBO리그 팬들의 성토는 불 보듯 뻔하다. 이날 티빙이 선보인 중계 퀄리티로는 돈을 벌기는 커녕 적자와 팬 이탈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해외에서 프로스포츠 유료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이상의 고 퀄리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149.99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MLB TV는 실시간 중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제공, 홈-원정팀 코멘터리 선택 청취, 최근 3년간 영상 시청 등 갖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단순히 중계만 제공한다고 해서 쉽게 지갑을 열 소비자는 없다. 지불하는 돈 이상의 가치를 돌려줘야 한다. 티빙이 과연 보름도 남지 않은 정규시즌 개막까지 제대로 된 퀄리티를 갖추고 KBO리그 중계에 나설 수 있을까. 현재로선 우려가 큰 상황이다.
KBO리그 유료중계는 큰 변화다. 그동안 '무한 공짜'로 여겨졌던 프로스포츠가 진정한 산업으로 향하는 기점에 서있다. 과도기를 맞아 유료화라는 생소한 변화에 야구팬들의 저항감도 크다. 형편 없는 퀄리티를 선보이는 새 사업자는 이런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티빙의 유료중계에 야구계와 팬 뿐만 아니라 국내 타 프로스포츠계의 관심도 집중돼 있는 상황.
티빙은 이번 시범경기를 교훈 삼아 완벽한 퀄리티 중계로 개막을 준비해야 한다. 안일함으로 변화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