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병원장 노규철)은 지난 1월 25일 간문맥과 간담관에 변이가 있는 공여자(기증자)를 대상으로 고난도 생체 복강경 간절제술에 성공했다.
이번 수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복강경수술로 이뤄졌다
지난해 7월부터 23세 A씨는 간경화로 인한 전신 부종과 연부조직 감염, 위장관 출혈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간기능 저하로 인해 상태가 점점 악화됐고 유일한 치료방법은 간 이식뿐이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A씨의 오빠인 29세 B씨는 간 기증을 결정했고 1월 25일 간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간이식팀인 외과 조원태·이정민·유태석 교수는 공여자에게 복강경 간절제술을 할 예정이었다. 복강경 간절제술은 공여자의 복부에 25~30㎝ 이상의 큰 흉터를 남기는 개복수술과 비교해 1㎝가량의 작은 흉터만 남기기 때문에 수혜자와 공여자의 심적 부담을 줄여준다. 또 간 적출을 위해 절개하는 하복부의 흉터도 속옷에 가려지는 위치여서 미용적인 효과도 크다. 이외에도 개복수술과 비교해 주변 조직의 손상이 적고 흉터 및 통증 감소로 일상생활이 조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검사결과 B씨는 간과 연결된 혈관인 간문맥과 간담관에 심한 변이가 있었다. 간이식 수술은 담도와 혈관 등을 정밀하게 박리해야 이식 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해부학적 변이가 있는 공여자는 출혈 위험이 높아 개복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간이식팀은 수많은 간이식 수술 경험과 높은 숙련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복강경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간이식팀은 A씨의 복부에 1㎝ 가량의 구멍 4개를 뚫어 복강경기구를 삽입해 간 우엽을 절제했다. 먼저 형광염료를 몸에 주입하는 'ICG(Indocyanine Green) 형광검사'를 통해 간담관의 변이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한 뒤 박리 및 결찰을 했다. 변이로 인해 절제 부위가 모호했던 간문맥의 경우 간의 좀 더 깊은 부분까지 개별 박리 후 확인하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처럼 조심스럽게 절제한 간은 1kg 가량의 큰 크기였고, 하복부에 팬티라인을 추가로 절개해 간을 몸 밖으로 적출했다. 이후 조원태 교수는 적출한 간을 신속하게 여동생인 B씨에게 이식했다.
간을 기증한 A씨는 수술 후 합병증 없이 7일만에 퇴원했고, A씨의 여동생도 빠르게 회복해 지난달 25일 퇴원했다.
유태석 교수는 "이번 생체 간이식 수술은 혈관과 담도 구조에 변화가 있는 공여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고난도 복강경 수술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뛰어난 이식수술 술기를 보여준 사례"라며 또한 "이번 수술은 타인의 혈액이나 혈액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무수혈 수술로 이뤄졌는데, 간이식팀의 정교한 술기로 출혈을 최소화하며 빠른 시간 안에 시행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교수는 "간을 이식받은 환자의 혈관과 담도의 문합부위가 누출 없이 정교하게 연결됐으며 추가 검사에서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고난도 간이식 수술과 같이 이식수술의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사회사업팀은 공여자와 수혜자의 어려운 형편을 알게 돼 의료비와 간병비 지원을 연계해 무사히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한편 간은 우측 상복부의 안쪽에 있어 수술 시 접근이 어렵고 혈관이 많기 때문에 출혈이나 담즙 유출의 위험도 크다. 또 공여자의 간을 너무 많이 자르게 되면 공여자에게 간부전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이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으로 인해 직선의 형태인 복강경기구를 이용한 간이식 수술은 외과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로 여겨지며 국내에서 소수의 병원만이 시행하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