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러면 시범운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생소한 변화. ABS(로봇심판), 피치클락 때문에 시작부터 난리다. 지금은 시범경기라 승패에 의미가 없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폭풍전야댜. 정규시즌을 앞두고 뭔가 확실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2024 시즌 시범경기 개막 2연전이 끝났다. 야구를 기다리던 팬들이 경기장을 꽉꽉 채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은 쾌재를 부를 만한 전조.
하지만 걱정도 태산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로봇심판, 피치클락에 대한 파열음이 시작부터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심판보다 더 큰 논란은 피치클락이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도입된 제도. 메이저리그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선진 야구의 추세기 때문에 반대 의사가 크게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장 감독들이 들고 일어섰다. KBO리그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요지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고, 신체적으로 서양 선수들에 비해 타고난 힘이 떨어지는 한국 투수들이 피치클락 제도 하에서 공을 던지면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 감독들의 작전 야구가 중심이 되는 KBO리그 특성도 불만을 부르고 있다.
KBO는 개막을 앞두고 피치클락에 대해 전반기 시범운영을 발표했다. 제도는 시행하되, 페널티 없이 시행해본 뒤 후반기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시범운영은 참 애매한 기준이다. 지키는 사람, 팀 있고 그렇지 않을 팀이 갈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페널티가 없더라도 다 같이 달라진 제도를 지킨다는 전제 하에 시행이 돼야 의미가 있는데 '우린 우리 갈 길을 가겠다'고 해버리는 팀이 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무의미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미묘함 속에 승패가 갈릴 수 있는데 '지키는 팀만 바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9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4회 이후 LG는 총 1회(타자 1회) KT는 총 6회(투수 4회, 타자 2회) 위반을 했다. 투수들이 피치클락을 위반하며 숨 고르고, 힘 모아서 던지는 공 1개에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게 야구다.
실제 감독들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강철(KT) 김태형(롯데) 베테랑 감독들은 전면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실상 폐지하라는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있다.
반대로 염경엽(LG) 강인권(NC) 박진만(삼성) 감독 등은 팬들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옹호하고 있다. 염 감독이 선수들에게 '철저히 피치클락을 지키라'고 지시한 LG는 2경기 통틀어 단 1번의 위반 사례만 나왔다. 그것도 투수 아닌 타자였다.
감독들마다도 의견이 다르다. 정규시즌 충돌 여지가 충분하다. 제도가 변하면, 장단점이 존재한다. 성향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는 일이다. 그러기에 KBO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고 기구가 제도를 정하면, 리그에 참가하는 소속 구단들은 이를 따라야 한다. 그게 법이다. KBO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시범운영은 사실 너무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
페널티 없이 '그냥 지키세요' 하면 이게 지켜질 문제가 아니었다. 무의미한 심판 구두 경고로 오히려 경기 시간이 늘어나고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정규시즌 개막 전 어떻게든 확실한 정리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소신대로 밀고 나가든, 현장 의견을 반영해 자존심 버리고 제도 시행을 유예하든 선택을 해야 한다.
시범운영을 유지할 거라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각 팀들이 큰 틀에서 규칙 준수를 하며 경기를 치르도록 하는 최소한의 강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선수가 몇 회 이상, 한 팀이 몇 회 이상 위반하면 시범운영 중이라도 페널티가 적용돼야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을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