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승우(수원FC)가 골을 넣으면 어김없이 손흥민(토트넘)이 득점한다'는 '과학'이 입증됐다.
손흥민은 10일(현지시각),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4호골을 터뜨렸다. 이승우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라운드 홈경기에서 시즌 2호골을 넣은지 하루만이다. 둘은 이달 초에도 '릴레이 득점'을 '시전'했다. 지난 2일 이승우가 인천과의 개막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쏜 후, 손흥민이 이승우의 기운(?)을 받아 3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홈경기에서 2024년 마수걸이 골이자 시즌 13호골을 작성했다.
팬들은 같은 일이 반복되자 곧바로 '이승우와 손흥민의 평행이론'을 다시 끄집어냈다. 단순한 우연을 넘어 이제는 과학으로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우 골→손흥민 골' 공식은 이승우가 수원FC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2023년 3월부터 시작됐다. 이승우는 3월20일 대구FC와의 홈경기에서 K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같은 날, 손흥민이 웨스트햄전 멀티골로 팀에 3대1 승리를 안겼다.
4월3일 이승우 성남전 득점 후 손흥민이 뉴캐슬전에서 골을 넣었다. 4월10일엔 손흥민이 먼저 애스턴 빌라전에서 해트트릭을 쏘고, 이승우가 뒤이어 김천 상무전에서 골맛을 봤다. 손흥민은 4월16일 브라이턴전과 24일 브렌트포드전에서 침묵했다. 놀랍게도, 이 기간은 이승우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휴식기로 인해 '잠정휴업'한 상태였다. 이승우가 어린이날에 득점하자, 손흥민이 어버이날에 득점으로 화답했다. 9월 이승우가 대전하나 원정에서 선제결승골을 넣은 뒤, 손흥민이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했다. 3경기째 득점이 없던 손흥민은 이승우의 3경기 연속골에 3골로 화답했다.
축구팬들은 이승우와 손흥민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하는 순간, 둘간의 연결고리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한다. 해당 대회에서 이승우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손흥민 등 동료들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선물'했다.
손흥민은 빌라 원정에서 팀이 제임스 매디슨과 브레넌 존슨의 연속골로 2-0 앞선 후반 추가시간 1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오른발이 빛났다. 데얀 클루셉스키가 우측에서 내준 패스를 페널티 박스 안 가운데 지점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 공을 골문 상단에 정확히 꽂았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우승 주역인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수문장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날카로웠다.
지난 3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홈경기에서 2024년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이날 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14호골(24경기)을 폭발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팬 투표로 선정하는 공식 최우수선수(MOM)도 손흥민의 몫이었다.
앞서 존슨의 골을 도운 손흥민은 추가시간 4분 티모 베르너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토트넘은 주장 손흥민의 1골 2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적지에서 4대0 대승했다. 2연승으로 승점 53점을 기록한 팀은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 빌라(55점)와의 승점차를 2점으로 좁혔다.
이승우는 전북전 하프타임에 교체투입해 1분만에 리오넬 메시를 '소환'하는 환상적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농락한 뒤 날카로운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갈랐다.
전반 29분 전북 미드필더 나나 보아텡의 퇴장으로 60분 가까이 수적 우위를 누린 수원FC는 이승우가 선제골을 터뜨린지 7분만인 후반 8분 티아고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대1로 비겼다.
손흥민과 이승우가 똑같이 한 골씩 넣었지만, 팀의 결과만큼은 달랐다.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절정의 기량을 뽐낸 이승우는 5년만에 손흥민이 주장을 맡은 A대표팀 재승선을 노린다. 2019년 6월 이란과 국가대표팀 친선경기가 마지막 A매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2경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A매치 11경기를 소화했다. 아직 득점은 없다. 그는 전북전을 마치고 "대표팀에 대한 간절함과 가고 싶은 욕심만큼은 어떤 선수보다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이승우의 활약을 지켜본 황선홍 대표팀 임시감독은 이날 오전 11시, 3월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한국은 21일과 26일 각각 홈과 원정에서 태국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 4차전을 치른다. 황 감독이 지난 2주간 분주히 K리그 현장을 누빈만큼 국내파 새 얼굴을 얼마나 발탁할지 관심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