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시범경기인데요 뭘..."
10일 창원NC파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시범경기 첫날 대승을 이렇게 돌아봤다.
KIA는 9일 창원NC전에서 10대3으로 이겼다. 홈런 5방을 앞세우면서 무서운 타격감을 뽐냈다. 타격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 캠프와 연습경기를 거쳐 시범경기에 나선 이 감독은 6710명의 관중 앞에서 거둔 짜릿한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의 결과일 뿐"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
정작 그가 신경 쓴 것은 피치클락이었다.
피치클락은 투수가 공을 건네받은 뒤 무주자시 18초, 유주자시 23초 안에 투구를 해야 한다. 타자는 8초 안에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타자와 타자 사이엔 30초 이내에 투구가 진행된다. 투수들은 빠르게 사인을 주고 받고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들도 기존의 루틴이나 호흡을 대폭 축소한 채 경기를 치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감독은 처음으로 경험한 피치클락을 두고 "정신이 없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타석과 타석 사이에 벤치에서 낼 수 있는 작전 등을 두고는 "못할 것 같다"며 "앞선 타자가 (볼넷 또는 사구로 걸어나갈 때) 레그 가드를 푸는 시점부터 30초가 적용된다. 타석에서 풀고 나가면 그때부터 시간이 줄어드니 베이스에 가서 풀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벤치를 보며 작전을 주고 받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벤치에서 ABS 결과도 보면서 피치클락에 맞춘 작전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KIA-NC전에 출전했던 KIA 나성범은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는 동일하게 적용되고, 좀 더 경기를 치러봐야 될 것 같다"면서도 "피치클락은 빠르게 적응을 해 나아가야 할 것 같더라"고 밝혔다. 그는 "예전 같으면 투구를 본 뒤 숨을 고르고 타석에 들어서곤 했는데, 정면에 보이는 피치클락을 보면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NC전 첫 타석에서 피치클락 위반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던 그는 "페널티 없는 구두 경고지만, '내가 뭘 잘못했구나'라는 생각만 들어도 타자 입장에선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마음이 급해지면 루틴이 깨지고 경기 전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부분에선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