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악역전문' 배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따뜻하고 섬세한 배우. 김중희(40)는 최근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주먹을 쥐게 만드는 진상 과장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인생 2회차를 맞이한 강지원(박민영)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난 달 20일 종영한 이 드라마에서 김중희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김경욱 과장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배우다 보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떻게 됐든 역할로 잘 봐주시니 좋았다. 악플도 있었지만, 저로서는 김경욱을 잘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상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늘 있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은 분장을 심하게 할 때도 많았는데, 시청자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니 좋았다"고 했다.
실제로 김중희는 그동안 디즈니+ '무빙'에서는 렌즈를 끼고 과한 탈모를 연출해내며 박수맨에 집중했다. 그는 "렌즈도 특수 작업을 해서 가져와야 하는 렌즈여서 한 달을 걸려서 받았다. 하드렌즈가 굉장히 컸는데, 엄청 힘들었지만 임팩트가 있게 나와서 기뻤다"고 했다. 이어 김중희는 "이번 작품은 특히 어머니가 좋아하셨다. 어머니가 미용실이나 카페, 동두천의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홍보를 하셨기 때문에 그 카페를 가면 다들 나를 알아보신다.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고, 얄밉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얄밉지만, 밉지는 않은 김경욱을 위해 김중희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얄밉지만 밉지 않은) 그걸 노렸다. 그냥 꼰대인데, 그냥 예쁜 여성과 결혼해서 아내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를 먹고 회사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그런 인물로 만들었다. 미팅 제안이 왔을 웹툰을 읽고 갔었는데, 거기 캐릭터들이 다 개성이 강하고, 또 그 중에서도 악역인데 재미있겠다 싶었다. 이걸 코믹하게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웹툰에서는 꼰대 진상 아저씨로 나오는데, 저는 허술하고 '빙구미'가 있고, 또 어설픈 느낌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래서 웃음이나 머리 올리는 제스처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김중희는 "회사 다니는 친구한테도 물어봤다. 과장 정도면 어떻게 사람들과 행동하느냐고. 그런데 들어보니 김경욱과는 다르더라. 대놓고 소리 지르지도 못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드라마는 과해도 되겠다고 생각해 제스처를 키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함꼐 연기한 이들도 김중희의 김경욱을 같이 완성했다. 김중희는 "(박)민영 씨는 매사 그 역할에 몰ㅇ비하려고 현장에서 초반부터 노력했다. 저와 하는 부분에서는 코믹한 아이디어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나인우 씨는 '1박 2일' 이미지가 강하고 댕댕이 같은 느낌인데, 현장에서도 살갑고 그런 친구다. 처음엔 극 E 성향의 친구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잘 맞았다. (이)이경이는 참 보면서도 현장에서도 익살스럽게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운데 밉지 않게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수민 역할의 송하윤 씨는 정말 획을 긋지 않았나. 너무 잘했다. 참 새로운 모습이었다. 러블리한 모습만 보다가 악역을 하는데 너무 잘하더라. 너무 다른 성향의 인물을 연기하는 느낌이라 힘들었겠지만, 티를 내지 않고 끝까지 잘 하더라"고 칭찬했다.
특히 송하윤과는 스스로 '멜로'를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김중희는 "저는 멜로였다"라고 했다. 그는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수민이와의 관계였다. 얼마나 허술하고 바보 같고, 또 눈치 없고, 비호감인데 알고 보니 애가 진짜 순정남이라는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는 실제로도 순정남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냥 김경욱에는 메소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스에 대한 욕심도 더 생긴 상태. 김중희는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지금까지는 진지한 악역이었다면, 이번에는 코미디를 함꼐 할 수 있는 악역이라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장르적으로는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어졌다. 휴먼을 좋아하는데 멜로 누아르 다 해보고 싶지만, 요즘에는 '차도남' 같은 Z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린다. 새로 도전하는 것이 너무 좋다. 그래서 배우를 하는 것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