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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많이 왔던 선배라"…日 홈런왕 잡은 '슈퍼루키', KBO 현역 최다 홈런왕 맞대결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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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아직도 홈런을 많이 치시고 그러니…."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은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 최고의 발견이다.

두산은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순위)로 지명하며 "2~3년 안에 스토퍼(마무리투수)가 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김택연의 구위와 배짱은 생각보다 좋았다. 첫 불펜 피칭에서 "긴장했다"며 신인다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후부터는 자신있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일본팀과의 경기에서는 김택연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지난달 24일 소프트뱅크 2군과의 경기에서는 1이닝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27일 일본 미야자키 선마린구장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구춘대회에서 4-4로 맞선 9회말 1사 1,3루 위기를 삼진 두 개로 극복했다.

'백미'는 3일. 일본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스페셜매치에서 2사 1,2루에 올라와 홈런왕 세 차례를 차지했던 야마카와 호타카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김택연은 캠프 기간 4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을 소화하며 1피안타 무4사구 8삼진, 평균자책점 0의 성적을 남겼다. 일본 캠프 투수 MVP로 뽑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투수에서는 김택연이 눈에 띄었다. 신인으로 2월1일부터 선배들과 두산에 합류해 호흡을 맞추면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본인이 학창시절부터 해왔던대로 그대로 루틴을 잘 지켜서 정말 깜짝 놀랄 만한 구위를 보여줬다. 이번 캠프에서는 김민혁과 김택연이 눈에 띄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구위도 구위지만, 대담한 성격이 강점이다. 소프트뱅크전에서는 위기 상황에서도 올려봤다. 상대 4번타자 홈런왕 출신과 한 번 붙여봤는데 예사롭지 않았다. 구위에서도 워낙 회전력이 좋은 투수다. 빠른 볼을 노리고 있는 타자에게 빠른 공을 던져도 막 공략당하거나 난타를 당하지는 않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택연은 "첫 스프링캠프였는데 1, 2차 모두 안 다치고 마무리한 게 가장 좋다. 그 와중에 점점 좋아지는 과정도 보여서 만족스럽다"라며 "운동도 체계적이었고, 형들, 선배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적응도 잘하고 차질없이 몸도 만들었다.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지고,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캠프 MVP로 선정된 소감에 대해 "목표를 딱히 세운건 아니었다. 한 경기 한 경기 자신있게 하고 피해가는 승부보다 신인답게 배짱 있는 모습 보여주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마지막에 MVP 받았는데 시즌 잘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시즌을 잘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택연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최고 시속 152㎞의 공을 던졌다. 무엇보다 빠른 공이 제구가 된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냈다.

김택연은 "나도 경쟁을 하는 입장이다. 내가 가진 걸 보여줘야 한다. 몸을 조금은 일찍 올린 거 같지만 무리 없이 올렸다. 아픈 곳 없이 잘 준비되고 있어서 괜찮은 거 같다"라며 "(구속) 목표는 정해두지 않는데 시속 155㎞까지 던지고 싶다. 그러나 구속 신경 써서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목표는 그렇지만 신경은 안 쓸 것이다. 공의 질을 더 중요시 여긴다"고 말했다.

일본팀과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부분에 대해 그는 "일본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다보니 긴장도 많이 된 상태에서 나갔는데 내 공을 후회 없이 던지고 내려오자, 자신 있는 피칭을 보여주자, 배짱 있는 투구를 보여주자 생각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됐다. 확실히 일본 타자들이 컨택도 좋고 삼진을 잘 안 당하더라. 많이 배웠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소프트뱅크전에서 이 감독이 위기 상황에 올렸다는 이야기에 김택연은 "4번타자 때 나가는 건 알고 있었다. 위기상황이 될 줄은 몰랐다. 막상 던지고 내려오니 홈런왕 출신에 커리어가 있는 타자를 잡은 거 같아서 기분 좋았다. 경기 중에는 들뜨지 않고 내가 할 거를 잘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다음 이닝까지 던졌다"고 했다.

세이부전에서 1사 1,3루 위기를 넘긴 상황에 대해서는 "첫 타자 실책 나왔을 때 4-4 동점이라서 끝내기 주자라서 어떻게든 막자는 생각이 강했다. 예전에는 끝내기 상황에서 '막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날은 못 막았다. 이번에는 무조건 막아야한다, 할 수 있다 마음먹으니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다.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마무리투수 김택연 이야기에 "조금 더 지켜보겠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확실히 김택연도 마무리투수로 경쟁력이 있다. 김택연은 "나는 맡겨주시면 어느 보직이든 잘할 자신이 있다. 선수로 내가 맞춰서 준비해야한다. 마무리투수로 가게 된다면 마무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느 보직이 부담스러운 건 없다. 다만 마무리투수를 시켜주신다면 좋다"고 했다.

김택연은 스스로 장점에 대해 "직구와 배장"을 꼽았다.

주변의 평가도 비슷했다. 김택연의 모습을 본 포수 양의지는 "김택연이 아직 어리지만, 잘 큰다면 큰 무대로도 갈 수 있는 선수인 거 같다.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19살 같지 않다. 자기 공을 던지더라. (오)승환이 형처럼 승부를 하는 게 보인다. 최근 봤던 신인 중에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양)의지 선배님이 그렇게 봐주신 거 자체로도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 한국 레전드인 오승환 선배님과 이름이 같이 나온다는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다. 과분하기도 하다. 그 평가에 걸맞을 수 있게 조금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목표는 '신인왕'. 그는 "일단 1년 동안 안 다치고 프로 생활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1군에서 오래 있을 것이고, 최종 목표는 신인왕이다. 누구에게나 신인왕은 다 받고 싶은 상이다. 나도 받고 싶다"고 했다.

가장 상대하고 싶은 타자는 SSG 랜더스 최정. 통산 458개의 홈런을 날린 KBO리그 최고 홈런 타자다. 지난해에도 29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 2위에 올랐다. 이제 1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면 역대 KBO리그 타자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된다.

김택연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왔던 선배님이다. 직까지 현역에서 홈런도 많이 치시고 잘 치시니까 상대해보면서 그런 걸 느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