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들어갈 드라마가 없다"는 배우들의 푸념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명확했다. '팔리는' 드라마만 받겠다는 플랫폼의 선언 때문. 플랫폼은 지금 드라마보다 '가성비가 내리는' 잘 키운 예능에 겨우 웃는 중이다.
티빙의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으로 시즌1, 2에 이어 시즌3까지 사랑받고 있는 '환승연애'는 대표적 '효자' 중 하나다. '환승연애3'는 지난 시즌들이 세워왔던 대단한 기록들을 시즌 초반 전부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공개 40일 만에 시청자 100만 명을 돌파하고, 역대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등 플랫폼으로 모여드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고 있다. 또 총 시청 시간은 공개 6주차를 기준으로 전 시즌 대비 25%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환승연애3'는 화제성 부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중. TV와 OTT를 통합한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굿데이터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 펀덱스(FUNdex) 기준)
티빙의 새 예능프로그램이던 '크라임씬 리턴즈' 역시 효도를 톡톡히 했다. 이번에 공개된 '크라임씬 리턴즈'보다 앞선 시즌들까지도 전부 톱20 차트에 입성한 것. 이번 시즌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에 더해 지난 시즌들까지 주목받을 수 있던 데에는 OTT 플랫폼이라는 특성이 주효하게 작용했던 것. 7년 전 방영 당시 2% 시청률을 넘은 적 없을 정도로 부진했던 예능이었지만, 7년 후 당당히 부활해 성공을 거둔 데에는 '몰아보기'가 영향을 미쳤음이 틀림없다.
이로 인해 티빙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설움을 극복한 모양새다. 쿠팡플레이에 빼앗겼던 시청자들도 일부 되찾았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월 사용자 수 1천237만명을 기록했으며 쿠팡플레이는 805만 명, 티빙은 551만 명, 웨이브는 301만 명, 디즈니플러스 277만 명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티빙은 2022년 기준으로 1192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상황에서 '환승연애3'와 '크라임씬 리턴즈'의 상승세가 적자폭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예능 프로그램은 적게는 100억 원, 많게는 750억 원까지 투입되는 드라마 산업보다도 가성비가 좋다. 이보다는 훨씬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지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이에 국내 OTT 업계는 물론, 디즈니+와 넷플릭스까지도 국내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 특히 웨이브는 최근에는 드라마 제작보다는 예능 제작에 더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 최근 선보여진 이진주 PD의 '연애남매'는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웨이브(Wavve) 시청 데이터에 따르면 '연애남매'는 신규유료가입견인순위 1위에 등극했다.
넷플릭스 역시 잘 키운 예능프로그램의 덕을 톡톡히 보는 중이다. 지난해 공개됐던 '솔로지옥3'는 지난해 하반기 가장 흥행한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 이미 시즌1, 시즌2를 선보였던 '솔로지옥'은 모든 출연자들이 화제성 순위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시즌1은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의 4위에 올랐으며 출연자인 프리지아나 덱스, 신슬기, 이관희 등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또 '피지컬: 100'은 시즌2를 가지고 돌아온다.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인기 콘텐츠 1위에 올랐던 '피지컬 : 100'은 이번에도 가장 강력한 흥행력을 보여줄 전망이다.
방송가 사정도 다르지 않다. 스타 작가, 스타 배우가 등장해 몸값을 한껏 높여놨던 작품들이 기대만큼의 수익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위 말해 '돈값'을 못한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이에 편성국은 오히려 예능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기도. 일례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미 평일 미니시리즈를 줄이고 예능을 편성하는 등의 강수를 둔지 한참이다. '듣보' 방송사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이름을 알린 ENA는 SBS PLUS와 함께 방송하는 '나는 솔로'로 재미를 보는 중. 일반인 출연자들의 출연료를 제외하고는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 콘텐츠이지만, 화제성만큼은 드라마 그 이상이다.
메이저 방송사의 편성국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최근에는 편성국 내부에서도 드라마를 줄이고 예능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회당 출연료로 수억 원을 받아가는 스타들, 커진 스케일 등으로 인해 드라마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억을 들이는 드라마보다 한편의 예능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