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진짜 우승이 하고 싶어 KIA에 왔다."
한 시즌의 출발점. 모든 선수의 열망이 성공과 정상을 향하는 시기다.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 타자인 서건창(35·KIA 타이거즈)의 진심도 다르지 않다. 올 시즌 붉은 유니폼을 입고 새출발하는 그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3번의 연습경기에서 9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작은 지표지만, 앞선 세 시즌 동안 부진했던 그의 모습을 돌아본다면 올 시즌 출발은 가볍고, 좋아 보인다. 6일 KIA 선수단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서건창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둔 캠프였다"고 돌아봤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스스로 LG 트윈스에 방출을 요청한 서건창을 KIA가 영입할 때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김선빈 외에 마땅한 2루 로테이션 자원이 없는 KIA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전망됐으나, 한켠에선 LG 시절 부진에서 반등하지 못했던 그가 과연 되살아날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서건창은 호주-일본을 거쳐 진행된 KIA 캠프에서 빠른 적응력을 선보였고, 쾌조의 감각까지 선보이면서 물음표를 지우고 있다.
"기술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팀에 빨리 녹아드는 걸 크게 생각했다. 그 부분이 잘 된 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밝힌 서건창은 "캠프에서의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그래도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 본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채꼴을 그린 연습경기에서의 안타를 두고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좋은 현상"이라며 "의식을 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건 좋은 것이라 본다. 때문에 그것 또한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가 갈수록 캠프 때 조금씩 아픈 부위가 생기더라. 예를 들면 허리가 아프다던가, 컨디션이 잘 안 올라오는 느낌이 있었다"며 "이번 캠프에선 그런 부분이 없었다. 기술적인 부분을 말하긴 이르지만, 컨디션은 최근 몇 년과 비교하면 좋았다"고 말했다.
어느덧 30대 중반. 개인 활약도 중요하지만 팀을 이끌어가는 위치이기도 하다. 팀 분위기에 녹아드는 것 뿐만 아니라 이끌어 가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자리. KIA는 서건창 뿐만 아니라 나성범 김선빈 김태군 고종욱(빠른 년생)까지 5명의 선수가 이른바 '89즈'를 이루고 있다. 서건창은 "한 팀에 또래 선수가 5명이나 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며 "넥센 시절 가깝게 지낸 (고)종욱이형이 굉장히 반겨줬다. 한참 헤매고 있을 때 많이 도와줘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팀 분위기에 대해선 "이제 고참급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 안 할 수가 없더라"며 "감독님이 먼저 과감하게 할 수 있고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와 환경을 잘 만들어줬고, 베테랑을 중심으로 그런 문화가 잘 만들어져 있다. 나는 그저 조용히 스며들기만 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다가올 시범경기. 캠프에서 끌어 올린 감각이 시즌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다. 서건창은 "시범경기도 (시즌으로 가는) 연결 과정이라 본다.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며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캠프에서 준비한 부분이나 컨디션을)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진짜 우승이 하고 싶어서 KIA에 왔다"며 "팀에 대한 주변 평가가 좋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나서서 뭘 하겠다 보다는 내 위치에서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게 우선이다.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게 목표다. 어떤 위치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