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ML은 결코 쉬운 곳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의 귀국 인터뷰. 이 때는 김하성의 '절친' 동생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팀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였다. 포스팅을 통한 빅리그 진출을 준비할 때였다.
메이저리그를 준비하는 이정후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김하성은 "이정후는 이미 완성형 선수"라고 하면서도 "투수들의 공을 많이 봐야 한다. 내가 겪은 것들을 많이 얘기해줄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결코 쉬운 곳이 아니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 팀 최고 연봉자로 우뚝 섰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그는 신인이었다. 이정후는 자만하는 모습 없이 "투수들의 공을 빨리 보고 싶다. 직접 경험을 해봐야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닐지 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자체가 다르다. 연봉도 천문학적이고, 야구장도 훨씬 크고 멋지며, 관중도 많다. 선수들간 경쟁은 더 치열하다. 하지만 이정후 입장에서 가장 다른 건 바로 투수의 공일 것이다. 150km 강속구를 쉽게 던지는 투수들이 넘친다. 구위가 자체가 다르다. 이정후는 "미국 투수들은 대부분 키가 크다. 타점이 달라 공략이 쉽지 않다"고 세세한 분석을 해주기도 했다.
빠른 공이야, 아무리 빨라도 직구다. 타이밍만 맞으면 칠 수 있다. 이정후는 워낙 스윙 스피드가 빠르고, 컨택트 능력이 좋다. 문제는 변화구다. 지난 시즌 KBO리그 타자들이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에 고전한 건 생소한 '스위퍼'라는 구종 때문이었다. 종류도 다양하고, 또 그 안에서 다른 공들이 나온다. 같은 커브라도 구속, 각도를 다르게 던진다.
가장 핵심은 일단 빠르다는 것이다. 체인지업이 140km를 넘기는 투수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투수들이 140km 중후반대 직구를 던지면, 체인지업은 보통 120km 중후반대에 형성된다. 체인지업 구속이 한국 투수 직구와 맞먹으니 이정후 눈에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데뷔 후 5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완벽한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대단하다. 하지만 힘든 부분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체인지업 구종 공략에는 조금씩 애를 먹고 있다. 4일(한국시각)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 3번째 타석. 이정후는 볼카운트 2S으로 몰렸다. 1구는 파울, 2구는 상대 투수 라이언 펠트너의 몸쪽 체인지업을 그냥 지켜봤다. 구속이 86.7마일이 찍혔다. 140km였다.
이정후의 반응을 본 펠트너는 3구째 코스를 바꿔 바깥쪽으로 다시 체인지업을 던졌다. 이번에는 87마일. 2구째보다 더 빨랐다. 하지만 이정후는 천부적인 감각을 보여줬다. 생소한 공에 덤비지 않고, 결대로 밀어내 안타를 쳤다. 태어나서 처음 상대하는 투수의 체인지업을 1개 보고, 그 공에 곧바로 올바른 대처를 한 것이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총 6개의 안타(홈런 1개)를 쳤는데, 모두 2S 이후 상황에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투수의 공을 끝까지 보고, 대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정후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들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