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스프링트레이닝서 무서운 타격감을 과시하던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친정'을 만나 잠시 숨을 골랐다.
오타니는 6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홈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을 두 번이나 당했다. 경기 승부는 에인절스의 4대0 승리로 끝났다.
오타니가 6년 간 몸 담았던 에인절스를 떠난 것은 지난해 정규시즌 마지막 날이었다. 이후 5개월여 만에 옛 동료들을 만난 것이다. 이날 경기 전 오타니는 에인절스 간판이자 자신과 '쌍포'를 이뤘던 마이크 트라웃을 만나 포옹을 나누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경기는 냉혹했다. 오타니는 첫 두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플라이로 물러났다.
1회말 선두 무키 베츠가 좌전안타를 친 뒤 상대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첫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풀카운트에서 에인절스 우완 선발 체이스 실세스의 6구째 한복판을 날아드는 빠른 공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오타니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삼진이었다. 선두 크리스 오케이의 우전안타, 베츠의 헛스윙 삼진으로 1사 1루 상황. 에인절스 투수가 좌완 타일러 토마스로 바뀌었다. 오타니는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바깥쪽을 파고드는 직구를 그냥 바라봤다. 구심 브라이언 월시의 손이 올라갔다. 루킹 삼진.
이번 시범경기 들어 2호, 3호 삼진으로 오타니가 연타석으로 삼진을 당한 것은 처음이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플라이를 쳤다. 2사 1루서 타석에 선 오타니는 우완 기예르모 주니가를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를 파울을 친 뒤 배트를 교체했다. 이어 5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에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좌중간 쪽으로 높이 솟구쳤다. 중견수 트라웃이 왼쪽으로 천천히 이동해 여유있게 잡아냈다.
오타니는 8회 타석에서 교체됐다.
오타니가 이날 상대한 투수 셋 중 둘은 친분이 있는 옛 동료들이다. 실세스는 2022~2023년 23경기에 등판한 에인절스의 5선발 후보이고, 주니가는 작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두 차례 등판했다. 토마스는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이적해 왔고, 아직 마이너리그 신분이라 오타니와는 초면이다.
오타니는 4경기에서 타율 0.500(10타수 5안타)으로 떨어졌고, 1홈런, 5타점, 3득점, OPS 1.583을 마크했다.
오타니가 침묵하는 사이 트라웃은 2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하며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다.
트라웃은 1회초 2사 주자없는 첫 타석에서 다저스 선발 바비 밀러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익수 앞으로 흐르는 깨끗한 안타를 터뜨렸다. 그러나 후속타 불발로 더 진루하지는 못했다.
4회 선두타자로 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트라웃은 5회 무사 3루서는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다저스 우완 나빌 크리스맷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인 끝에 6구째 볼을 골랐다. 이어 테일러 워드 타석에서 도루로 2루까지 간 트라웃은 후속타 불발로 홈에 이르지는 못했다.
트라웃은 시범경기 8게임에서 타율 0.167(18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OPS 0.460을 기록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오늘 많은 선수들이 이곳에 왔다. 대부분과 인사를 나눴다. 늘 보던 선수들 같아 불편하거나 이상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며 "에인절스의 홈이라면 느낌이 달랐을 수도 있었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트라웃은 "오타니에게 지난 겨울 있었던 일들 전부 축하한다고 얘기했다. 결혼도 그렇고 계약도 그렇고. 우리는 친구고 훌륭한 동료였다. 지금은 서로 다른 팀에 있지만 말이다"라고 했다.
오타니는 무안타에 그친 것에 대해 "재활 타격은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타석에 더 많이 들어가 양질의 타격을 하는 게 필요하다. 공을 잘 보고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며 "오늘 마지막 타석은 좋았다. 타구가 먹히기는 했는데, 전체적으로 결과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