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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 커졌다" 저지율 7할 레이저빔 포수의 영역 확장, 日 혼혈 슬러거 잡은 결정적 한마디[무로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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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는 선수 개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볼만한 송구실력을 보여준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손성빈(22)이다.

캐치볼이나 펑고를 잡고 던지는 송구 등 나오는 공의 움직임이 다른 선수와 확실히 다르다. 강하게 던지지 않더라도 공은 포물선 없이 일직선으로 빠르고 힘 있게 날아간다. 레이저 빔 송구다. 근데 손성빈 본인은 그 탁월한 능력이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만난 손성빈은 "공 던지는 것에 주목을 받았으니까 그에 대한 부담감이 많아졌습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도루저지율 3할 이상이면 잘 하는 포수'라는 평가가 있는데 모든 송구를 다 잘 던져야겠다는 의식이 커져서 이번 캠프의 연습경기에서는 이상하게 던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고 편하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년 6월에 제대한 손성빈은 1군 등록이 되면서 포수로서 44경기에 마스크를 썼다. 그 중에서 상대팀 주자가 10번 도루 시도를 했는데 7번이나 저지했다. 도루 저지율 7할이다. 그런 뛰어난 결과는 자랑할 만 하지만 손성빈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다.

손성빈은 이번 캠프에서 한가지 성과가 있다고 한다.

"투수와의 커뮤니케이션, 대화가 잘 되고 투수와 가까워지지 않았나 하고 느낍니다. 투수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이 투수라면 이렇게 접근하는 게 좋다거나, 이 투수라면 바로 말해 주는 것 보다 나중에 말해 주는 게 좋다는 식으로 접근법의 차이를 알게됐습니다."

손성빈의 투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사실은 작년 가을의 큰 무대에서도 발휘됐다.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4세 이하 선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대표팀에 손성빈도 참가했다.

11월17일 일본전. 7회부터 마스크를 쓴 손성빈은 8회말 수비에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0-2로 한국이 뒤지고 있는 상황. 2사 1,3루에서 타석에는 6번타자 만나미 츄세이가 섰다. 만나미는 2023년 시즌 퍼시픽 리그 2위인 25홈런을 기록한 거포. 이날도 4회에 중견수 뒤로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더 이상 추가점을 주고 싶지 않았던 순간, 손성빈은 마운드에 가서 3번째 투수 최준용(롯데)과 대화를 했다.

"오늘의 만나미는 계속 바깥쪽 공을 치고 있으니까 몸쪽 공을 써보자."

손성빈의 말을 들은 최준용은 만나미에게 의식적으로 몸쪽 공을 초구로 던진 결과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최준용과 손성빈의 배터리는 관찰력과 대화를 통해 일본쪽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끊었다. 국제대회를 맞아 3만5000명이 넘는 많은 관중 앞에서 보인 차분한 대응이었다.

롯데의 포수진에는 유강남과 정보근 등이 있어 손성빈은 쉽게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현실에서 손성빈은 "백업이든 스타팅이든 100경기 나가는 게 개인적인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송구 잘 하는 포수' 라는 평가를 받던 손성빈이 그 이미지 외에 다른 인상도 더해졌을 때 올해 목표는 자연스럽게 달성돼 있을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