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다시 가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 중인 정지민(28)은 지난해 시드전을 이렇게 돌아봤다.
정지민은 지난해 상금순위 66위에 그쳐 정규투어 시드전으로 향했다. 새 시즌 정규투어 잔류의 운명을 건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시드전은 모든 선수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무대'로 꼽는 곳. 정지민은 시드전 4위를 기록하면서 올해도 정규투어에서 설 수 있는 기회를 지켰다. 정지민은 "오랜만에 시드전 경험을 해서 낯선 감도 있었다. '이왕이면 온 김에 1등을 해보자'고 다짐하고 나섰다"며 "마지막 홀에서 우승이 갈려 아쉽긴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누군가에겐 내가 부러울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015년 KLPGA 정회원이 된 정지민은 오랜 도전 끝에 2021년부터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우승 기록은 없지만, 지난해엔 31개 대회에서 17차례 컷 통과를 기록했고, 두 번이나 톱10에 진입하기도 했다. 정지민은 "지난해 상반기엔 내 마음대로 골프가 되지 않아 마음 고생이 컸다. 하지만 후반기에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가 있었고, 올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며 "아직은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미소 지었다.
부모님과 함께 울산에 거주 중인 정지민은 대회 때마다 스스로 운전해 대회장을 오가고 있다. 컷 탈락 뒤엔 홀로 대회장에 남아 하루종일 쇼트게임 훈련을 하는 노력파 선수이기도 하다. 정지민은 "투어 데뷔 때부터 항상 이렇게 해왔기에 힘든 건 없다. 힘들 때도 있지만 주변에서 걱정하시는 정도는 힘든 건 아니다"라며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스무살부터 스스로 해야 한다', '네 인생'이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돌아보면 그래서 지금 이렇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지옥의 시드전에서 살아남은 정지민. 하지만 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풀시드권을 확보하진 못했다. 때문에 올해는 더 독기를 품은 눈치. 미국 올랜도 전지훈련에서 두 달간 구슬땀을 흘린 정지민은 "작년엔 이도 저도 아닌 플레이가 꽤 있었다. 5년 전에 레슨 받았던 코치님에게 쇼트게임을 집중 적으로 점검 받았다"며 "위로 올라갈수록 차이는 쇼트게임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모인 자리고, 기회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건 쇼트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내로라 하는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정지민의 모습은 특출나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 정지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 어떤 모습으로 시즌을 치를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프로 데뷔 후 항상 그려온 이미지지만, 올 시즌엔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그만큼 내가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시즌을 만들고 싶고, 그동안 나를 지켜봐 준 모든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