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이례적인 '양해'를 구했다.
차 감독은 1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갖는 한국도로공사와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어쩌면 벤치에 앉아 경기를 볼 수도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2016년 GS칼텍스 지휘봉을 잡은 차 감독은 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코트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스타일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1세트부터 경기 끝에 이르기까지 2시간 넘게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차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훈련장에선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면서도 실전에선 호통도 마다하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매 시즌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차 감독은 "훈련이나 경기 때 절대 앉아서 보지 않는다는 게 지도철학이다. 선수들이 고생하는데 감독이라는 권위만으로 편안하게 경기를 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럼에도 차 감독이 굳이 양해를 구한 것은 몸 상태 때문. 차 감독은 "며칠 전부터 머리가 좀 아프다. 감독이 힘든 걸 티 내면 안되는데 사실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상대팀 (김종민) 감독에게도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경기가 될 진 몰라도 당분간은 앉았다 섰다 하면서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차 감독의 절친으로 잘 알려진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더라.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며 "건강을 챙겨야 할텐데..."라고 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13일까지 GS칼텍스는 승점 45(16승11패)로 4위 정관장(승점 44·14승14패)에 승점 1점차로 앞선 3위다. 5위 IBK기업은행(승점 39·13승14패)도 GS칼텍스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주전 세터 안혜진의 부재와 아시아쿼터 소라야 폼라의 대체 선수로 데려온 아이리스 톨레나다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봄 배구로 가는 길을 재촉하고 있는 GS칼텍스지만, 차 감독의 스트레스는 쌓이고 있다.
차 감독은 "그동안 냉정하게 선수들에 이야기했고, 싫은 소리도 했다. 5라운드에 접어든 이후엔 우리가 가진 패가 상대에 완전히 드러난 상황에서 벽에 부딪친 느낌도 받았다"며 "그러나 우리 팀은 주전 세터를 잃고 아시아쿼터의 도움 없이 지금까지 정말 잘 버텨왔다. 선수들 모두 칭찬할 만한 시즌"이라고 남은 기간 선전을 다짐했다.
김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