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창원 LG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쌍둥이 더비'에서 이번에는 동생이 웃었다.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는 1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5라운드 경기서 조상현 감독의 LG를 접전 끝에 98대95로 승리했다.
이로써 현대모비스는 4연승을 질주했고, LG는 3연패 끝에 찾아 온 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농구 코트에서 가족 상봉을 한 두 팀 감독이다. 겨울 스포츠 농구 리그 특성상 가족과 함께 보내는 설날을 꿈꿀 수도 없는 게 현실인데, 조상현 조동현 감독은 형제끼리 얼굴이라도 봤으니 그나마 운이 좋은 셈이다.
하지만 명절 만남의 반가움도 잠시, 만남 장소가 '전쟁터'인 까닭에 두 형제 감독은 얼굴 표정에 웃음기를 지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공교롭게도 이날 현대모비스에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기록들이 걸려 있는 경기였다.
보기 드물게 2경기 연속 해서 신기록이 작성되는 타이밍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만약 승리할 경우 한국농구연맹(KBL) 역사상 단일팀 최초로 800승(618패)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10일 부산 KCC전(94대77 승)에서 역대 처음으로 16시즌 연속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을 세운 데 이어 KBL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추가되는 셈이다.
여기에 현대모비스는 연이은 '천적 사냥'에도 도전했다. 올 시즌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KCC를 4연패 끝에 한 번 잡았던 현대모비스는 LG와의 맞대결에서는 1라운드 승리 이후 3연패를 하는 중이었다. 이날 만약 승리한다면 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것은 물론 올 시즌 자체 최다 4연승의 보너스도 가져 갈 수 있었다.
최근 분위기가 좋은 동생 조동현 감독과 달리 형님 조상현 감독은 사실상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앞서 한국가스공사전에서 간신히 3연패에서 탈출할 정도로 아셈 마레이 공백에 고전하는 중이다.
마레이는 '골멍(골타박)' 부상으로 인해 40여일째 이탈하고 있다. 일시 대체 용병 조쉬 이바라와 '2옵션' 후안 텔로로도 마레이 공백을 메울 수 없는 LG는 10일 한국가스공사전처럼 국내 선수들의 고른 득점에 의존해야 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현대모비스전 3연승이던 LG가 한동안 강하기는 했다. LG는 경기 초반부터 현대모비스의 리바운드 장점을 봉쇄하며 리드를 먼저 잡았다. 1쿼터에는 양홍석이, 2쿼터에는 저스틴 구탕이 임무 교대를 하듯, 공격과 리바운드에서 용병 이상의 몫을 했다. 이틀 전 KCC를 완파할 때 무려 47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던 현대모비스는 전반이 끝났을 때 16개(LG 17개)로 '골밑 괴물' 마레이가 빠진 LG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그 사이 LG는 꾸역꾸역 10점 차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며 대기록 달성과 설욕, 두 마리 토끼를 노리던 현대모비스의 애를 태웠다. 그렇다고 최근 상승세나 객관적 전력으로 볼 때 현대모비스가 쉽게 물러날 리는 없었다. 현대모비스의 막강한 리바운드 에너지는 후반에 발동이 걸렸다. 조동현 감독은 "하프타임때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라고 야단을 좀 쳤다"고 했다. 3쿼터 68-72까지 추격한 현대모비스는 승부처 4쿼터에서 본격 불을 질렀다. 게이지 프림-장재석의 높이를 앞세워 4쿼터 중반 역전에 성공한 것. 이에 LG는 가로채기, 속공과 이바라의 뒤늦은 골밑 공략을 앞세워 시소게임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치열하게 창원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던 종료 55.9초 전 현대모비스 신인 박무빈이 찬물을 끼얹었다. 3점슛을 작렬시키며 93-90 재역전을 이끈 박무빈은 종료 15초 전, 자유투 2개를 위닝샷으로 장식했다. 박무빈의 결정적인 3점슛 역시 리바운드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결국 리바운드 싸움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현대모비스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창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