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4시즌의 한화 이글스, 예전과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꽤 많다.
내야, 특히 키스톤 콤비 자리가 뜨겁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이도윤 외에도 하주석과 황영묵이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2루수도 FA 안치홍이 가세하면서 기존 주전 정은원과 데뷔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던 문현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1루 역시 외야 겸업이 가능한 채은성과 더불어 김인환을 로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포수 자리엔 기존 주전 최재훈에 새롭게 영입된 베테랑 이재원이 가세했다. 아직 기량과 경험 면에서 두루 발전이 필요한 박상언 허관회에 백업 자리를 의존해왔던 안방은 올 시즌부터 로테이션이 가능해졌다. 4번 타자인 노시환이 맡고 있는 3루수 자리도 김태연을 활용할 수 있다.
외야도 만만치 않다. 채은성과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가세한 가운데, 부상에서 돌아온 이명기와 지난해 외야를 책임졌던 이진영,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가세한 베테랑 김강민까지 탄탄한 뎁스가 완성됐다.
마운드도 꽤 두터워졌다.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가 올 시즌에도 한화와 동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토종 에이스 문동주까지 3명의 선발이 완성됐다. 4~5선발 자리를 두고 김민우 이태양 김기중 황준서가 경쟁하고 있다. 불펜엔 지난해 마무리 박상원을 비롯해 김서현 장시환 장민재 김범수 윤대경 한승혁 등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꽤 늘어났다.
한화는 2018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 수 년간 주전 외 전력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3년 연속 최하위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9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탈꼴찌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전력은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그동안 수집해 온 유망주에 베테랑까지 가세하면서 신구조화 뿐만 아니라 라인업을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다만 이런 뎁스가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시즌 출발이 관건이다. 한화는 매년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겨우내 구슬땀을 하면서 준비했음에도 그에 걸맞은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면서 쌓인 자신감 결여는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연결됐다. 분위기를 타야 할 시점에서 고꾸라지면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정해진 라인업을 정하고, 꾸준하게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즌 초반에 성공 경험이 더해진다면 추진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실질적인 결과로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당장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시즌 준비 과정에서 나오는 모습들을 토대로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지난해 6593일만의 8연승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약체라는 오명 속에 고개를 숙였지만, 분위기를 타면 언제든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한층 더 탄탄한 뎁스가 만들어진 올해, 작년과 같은 성공 경험이 좀 더 일찍 더해진다면 독수리는 예상보다 더 높이 비상할 수도 있다.
멜버른(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