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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15년만의 V리그 우승을 향해…'공격종합 2위→득점·리시브 5위' 기록보다 위대한 명품 리더십 [SC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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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금도 김연경을 대적할 선수가 없다. 외국인 선수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클러치 순간에는 더 무섭다."

'배구황제' 김연경을 향한 배구계의 찬사다.

축제의 장에선 화려한 춤사위가 돋보인다. 해외 명장도 피할수 없는 손길로 팬서비스에 전념한다.

코트 위 김연경은 여전히 '황제'다. 올해로 36세, 매년 은퇴설이 제기될만큼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그는 2009년 이후 15년만의 V리그 우승을 꿈꾸며 뜨거운 승부사의 혼을 불태운다.

흔들리던 흥국생명은 후반기 김연경의 활약 속에 이탈했던 궤도를 바로잡았다.

3라운드 3승3패로 부진했고, 4라운드는 4승2패로 반등했지만 순위 경쟁자인 현대건설과 GS칼텍스에게 잇따라 패했다. 특히 전반기를 마무리하던 GS칼텍스전에선 뜻밖의 역전패를 당하며 우승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올스타전을 마치고 재개된 후반기 5라운드 첫 2경기에서 도로공사와 GS칼텍스를 잇따라 셧아웃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20승6패(승점 56점)로 현대건설에 이은 여자부 2위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챔프전 우승이지만, 그에 앞서 정규시즌 1위를 하는 것"이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올시즌 흥국생명의 풀세트 시 승패는 6승2패. 마지막 순간 기어코 승리를 따내는 해결사가 있기에 우승을 꿈꿀 수 있다. 사실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의 존재감을 제외하면 봄 배구도 쉽지 않은 흥국생명의 전력이다.

김연경은 외인들로 가득한 득점(6위)과 공격 종합(2위) 부문에서 모두 톱10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양쪽에 모두 이름을 올린 국내 선수는 김연경 뿐이다. 양효진(득점 10위) 강소휘(공격종합 8위) 등 후배들에게 김연경은 아직도 범접하기 힘든 존재다.

오픈(6위) 퀵오픈(4위) 시간차(5위) 후위(3위) 서브(9위) 등 공격 부문은 물론 리시브에서도 임명옥 한다혜 오지영 신연경 등 리베로들 틈에서 전체 5위를 기록중이다. 말 그대로 공수에 걸친 맹활약이다.

흥국생명은 올스타 휴식기에 변화를 줬다.

외국인 선수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에서 '메이저리그 전설' 랜디 존슨의 딸 윌로우 존슨으로 교체했다. 아빠를 닮은 1m91 장신의 왼손 아포짓. 윌로우는 데뷔 첫 2경기에서 17득점, 19득점을 따내며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3차례 도전만에 V리그에 입성한 윌로우의 팀 적응을 김연경은 앞장서 도왔다. 윌로우가 김연경을 별명인 '야키'로 친근하게 부르며 따를 정도다. 그는 "김연경은 선수 뿐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도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잘하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동료들까지 돕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윌로우만이 아니다. 아시아쿼터 레이나는 최근 5경기에서 평균 17.8점을 따내며 팀의 새로운 주포로 떠올랐다.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치는 레이나는 김연경 이야기가 나올 때면 수줍은 소녀가 된다. 자신이 먼저 쉽게 다가가진 못한다면서도, 언제나 자신을 신경써주고 마음을 열어주는 김연경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는 "(김)연경 언니는 바쁘지만 않다면 언제든 커피를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오랫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김연경과 동고동락해온 김해란과 김수지를 비롯한 팀 동료들의 신뢰는 설명이 필요 없다. 코트 위에서의 에이스 존재감 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해외 진출 전까지만 해도 김연경은 곧 우승 보증수표였다. 첫 4시즌 중 3번이나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2020~2021시즌 국내 복귀 이후엔 아직 우승이 없다. 복귀 첫 시즌엔 GS칼텍스의 통합 우승을 지켜봐야 했고, 한 시즌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지난 시즌에는 도로공사의 '패패승승승' 역전 우승 기적의 피해자가 됐다.

새로운 조력자를 얻은 김연경은 운동화 끈을 새로 묶었다. 그리고 15년만의 우승 염원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