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30일 인천국제공항.
북적이는 인파 속 비친 도로에 검붉은색으로 치장한 버스가 도착했다. 호주 캔버라 1차 스프링캠프를 위해 출국하는 KIA 선수 47명이 탄 버스였다. 일찌감치 예고된 출국길을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공항을 찾으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는 KIA 선수 중 미소를 보이는 이는 없었다.
캔버라로 동행할 예정이었던 김종국 전 감독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잎서 포토라인에 섰다. KIA는 하루 전 김 감독이 해임을 발표한 상태. 호주 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및 코치진들이 이끌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28일 김 전 감독의 직무정지 처분에 이어 해임, 서울지법 출두까지 채 48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캠프 출발을 이틀 앞두고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던 KIA 선수단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눈치였다. 버스에서 내려 수많은 박스를 짐수레에 옮겨 나눠 끌고 서로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웃는 이는 없었다. 일부 선수들은 공항에 몰려든 인파와 취재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도 보였다.
취재진 앞에 선 주장 나성범(35)은 "스프링캠프는 시즌을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시발점이다. 프로야구 선수에겐 '설날'이어서 예전엔 웃으며 서로를 반겼다"며 "오늘은 분위기가 무거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투수 양현종(36)은 "광주에서 출발 전 (심재학) 단장님이 선수들에게 '이런 분위기에서 떠나게 해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고 난감함을 숨기지 않았다.
처진 분위기를 살린 것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은 팬들이었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각자 준비해 온 선물을 건네며 파이팅 구호를 외쳤다.
나성범은 "선수단 미팅에서 '동요하지 말자, 우리가 준비한 대로 하자'고 이야기 했다"며 "올 시즌 우리 팀 전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이 많다. 우리를 응원해주는 팬도 계신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현종도 "아마 주장인 (나)성범이가 많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여러 모로 준비를 많이 하더라"며 "후배들이 눈치 보거나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 시즌 우리의 목표를 떠올리며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IA는 31일(한국시각) 중간 경유지인 호주 시드니에 도착해 버스편으로 캔버라까지 이동한다. 이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내달 1일 캔버라 나라분다구장에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이번 캠프엔 19명의 코칭스태프에 선수 47명까지 총 66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다.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IA는 2월 20일까지 현지에서 훈련한 뒤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긴구장으로 이동한다. 캔버라에서 3일 훈련-1일 휴식 체제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하고, 일본에선 KT 위즈 및 KBO리그 5팀과 일본 프로야구(NPB) 센트럴리그 소속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연습경기도 치를 계획이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