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전에 왔을 땐 그냥 동네 형이었는데, 지금은 저만 보면 아이들이 인사를 하네요."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21)에게 2023년은 말 그대로 인생 역전의 한 해다. 영화같은 대반전의 시즌을 이뤄낸 주인공이다.
데뷔시즌 1군 경험은 단 4경기, 13타석 출전에 그쳤다. 상무 지원도 탈락했다. 팀내 유일한 탈락자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지난해 107경기 423타석을 소화하며 롯데 외야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김태형 감독이 주장 전준우, 포수 유강남과 더불어 확고한 주전 야수로 꼽았을 정도.
타율 2할8푼7리 OPS(출루율+장타율) 0.687을 기록하며 신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까지 해결했고,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도 다녀왔다.
1m86의 늘씬한 체형에 준수한 얼굴까지, 이제 롯데뿐 아니라 리그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다.
비시즌 모교인 대원중학교를 찾아 후배들을 지도하던 윤동희를 만났다. 윤동희는 "야탑고 유니폼 입고 왔을 때는 '저 형은 누구지' 하는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롯데 윤동희다' 하더라고요. 그냥 동네 형이라고 편하게 장난도 치고 하라고 했어요"라며 미소지었다. 이어 "올해도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자 노력중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준우 유강남 옆에 제 이름이 언급되니까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감독님께서 저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 모습 그대로를 실전에서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캠프를 앞두고 책임감이 생겼네요."
새 외인 빅터 레이예스는 외야수다. 윤동희는 "어느 포지션으로 나가든 열심히할 자신 있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늘씬한 체형을 가진 선수는 파워 부족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노림수와 타이밍으로 홈런을 친다'던 이승엽 현 두산 감독의 선수시절 역시 데뷔 초와 본격적인 홈런타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의 체형은 천지차이다.
윤동희는 기본적으로 호타준족형 선수다. 하지만 장타에 대한 욕심도 있다. 그는 "근육량은 충분하다. 오히려 약간 타이트한 편이다. 육상도 하시고, 사회인야구도 하시는 아버지의 피 덕분"이라고 했다.
"시즌 시작할 때 체중이 88㎏였는데, 끝나고나니 83㎏가 됐더라고요. 지금은 91㎏ 정도로 증량했어요. 체력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몸에 힘도 붙었습니다."
목표를 물으면 언제나 '하루하루, 한경기한경기 최선을 다할뿐'이라고 답하는 그다. 올해도 일단 "아프지 않고 풀시즌"이 첫번째 목표다.
롤모델도 따로 없다. 누군가를 따라하기보단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그다. 개성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타격폼을 지녔다.
몸쪽 높은 공을 낚아채듯 때리는 자신만의 타법도 그렇게 익혔다.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이 '메이저리그식 감각적인 타격'이라며 박수를 보낸 타격이다. 윤동희는 "나도 잘 몰랐는데, 박흥식(현 두산 수석) 코치님이 발견하고 살려주신 장점"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올해는 윤동희에게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작년엔 1군에 살아남기 위해서 배트에 맞추는 타격을 많이 했어요. 올해는 하체를 확실히 쓰면서, 매순간 제 스윙을 제대로 하는게 목표입니다. 그러다보면 타구 속도도 올라가고, 비거리도 늘고,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