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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혈관까지 석회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타비' 시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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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병원장 노규철)은 지난해 11월 30일 심장의 판막부터 혈관까지 심한 석회화가 동반되고 선천성 기형인 이엽성 판막을 가진 초고난도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인 타비(TAVR)시술을 성공했다.

83세 이모 씨는 지난해 9월 19일 장파열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장절제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폐에 물이 차고 인공호흡기를 유지해야 하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폐질환보다는 심장질환이 의심돼 10월 18일 심장초음파 검사를 다시 시행했고, 검사 결과 심장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됐다. 판막질환에 대한 치료를 위해 11월 10일 순환기내과로 전과됐고, 처음에는 환자가 고령이고 최근 장절제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의료진은 타비시술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 씨는 3개의 소엽으로 이뤄져 있어야 할 심장판막이 선천성 기형으로 2개의 소엽 밖에 없는 이엽성 판막이었고, 판막뿐만 아니라 심장혈관까지 전부 석회화가 진행돼 있었다. 이에 의료진들은 환자의 판막상태를 분석 후 시술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담당교수인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는 "고령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 판막에 석회화가 동반돼 타비(TAVR)시술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이 환자분은 판막뿐만 아니라 심장혈관 전체가 돌로 뒤덮여 있었다. 시술 중 석회화된 대동맥 판막 및 심장이 파열되거나 새로운 판막이 제대로 삽입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며 "또한 선천성 기형인 이엽성 판막의 경우 타비시술보다는 표준치료로 수술이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수술과 시술의 선택지가 있지만 시술의 경우 위험성이 크다'는 의료진의 설득에도 이 씨가 '죽는 한이 있어도 수술은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환자의 완강한 태도에 선택지가 없어진 의료진은 타비시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타비시술을 위해서는 규정상 최소 순환기내과 교수 2명과 흉부외과 교수 2명,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여러 진료과가 상의 후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오랜 회의 끝에 타비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11월 30일 타비 시술에 들어간 순환기내과 한성우 진료부원장, 최재혁 교수, 천대영 교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먼저 허벅지 동맥으로 도관을 삽입한 뒤 석회를 깨뜨리기 위한 풍선확장술을 시행했다. 이후 조직판막을 삽입해 고장난 판막을 교체했고, 재차 풍선확장술로 협착된 부위를 넓혀주었다. 보통의 경우 곧바로 판막을 삽입하지만 석회화가 심했기 때문에 풍선확장술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특히 압력이 약하면 석회가 깨지지 않아 이식한 판막이 완전히 펴질 수 없고, 압력이 조금만 지나쳐도 석회화된 혈관이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1㎜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시술이 진행됐다.

타비시술은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속전속결로 이뤄져야 한다. 30분 가량의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새로운 판막은 정확한 위치에 삽입된 후 완전하게 펼쳐져 100%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씨는 12월 9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해 현재 매일 30분씩 걷기운동을 할 정도로 호전됐으며, 외래진료를 받으며 추적관찰을 진행 중이다.

이 씨는 "80년 넘게 살면서 처음으로 큰 수술(장절제술)을 받았는데 또다시 어려운 치료(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낙담했었다"며 "어려운 시술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의료진을 믿었고 치료가 끝나고 눈을 떴을 때 다시 태어난 것 같았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성우 진료부원장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첫 타비시술에 성공한 뒤 현재까지 모든 타비 시술을 100% 성공했다"며 "이번 타비시술 환자의 경우 매우 심한 석회화와 수술이 표준치료로 권고되는 이엽성 판막까지 가진 최고난도의 대동맥 판막협착증 환자였다. 이번 타비시술 성공은 학계에 보고될만한 사례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의료진의 뛰어난 술기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성인의 심장은 매일 평균 10만번 박동하며 평균 7200리터의 혈액을 온몸으로 순환한다. 심장에는 4개의 판막이 있어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고 적절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도와주는데, 이 중 하나가 대동맥판막이다. 그런데 대동맥판막이 노화 등으로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생기면 심장에서 혈액이 원활히 분출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을 방치할 경우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이는 말기암 수준의 사망률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증상이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고, 증상이 생긴 후에도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하는 경우가 드물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호흡곤란이나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나이가 70세 이상이고 갑자기 2~3초 정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우에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간이 찰나이기 때문에 간과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심장기능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심장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치료만 받으면 정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다. 하지만 주로 고령의 환자들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부담이 컸었다. 최근 대동맥판막협착증을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 시술로 치료하는 타비가 도입되면서 고령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시술 시간이 짧고 통증이 적으며 회복이 빨라 평균 입원기간도 일주일 정도로 개흉수술에 비해 짧다. 특히 개흉수술과 달리 심장을 멈추지 않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신마취가 아닌 수면마취로 시술이 가능해 고령의 다발성 질환자가 합병증 위험 없이 받을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노화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지만 평소 심장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심장 건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심장병의 첫 번째 자가진단기준이다.

천대영 교수는 "유산소 운동은 그 자체로도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되며,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평소보다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본인의 신체능력 내에서 걷기를 포함한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는 것을 추천 드린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