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김민성 유격수? 보면 안다. 잘한다."
지난해 우승 가도를 달리던 LG 트윈스는 캡틴이자 주전 유격수인 오지환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당시 염경엽 LG 감독이 꺼내든 회심의 한수. '유격수 김민성' 카드였다. 35세의 나이, 2~3루에 치우친 커리어, 민첩함보다는 안정감에 쏠린 이미지 등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염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스텝과 어깨에 강점이 있고,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속도가 빨라 유격수를 보는데 문제가 없다며 태연해 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김민성은 지난해 21경기 145이닝 동안 유격수로 활약하며 전력 공백을 메웠다. 29년 만의 우승 복기에 있어 없었다면 아찔했을 엄청난 공헌도였다.
해를 넘겨 스프링캠프를 앞둔 1월, 김민성의 소속팀은 데뷔 당시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바뀌었다.
LG 측 조건에 아쉬움을 느낀 에이전트가 이적을 추진했고, 롯데가 이를 수용했다. 2+1년 총액 9억원의 사인 앤 트레이드였다. 2007년 2차 2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했던 김민성으로선 14년만의 부산 복귀.
B급 FA인 김민성 영입을 위해서는 25인 외 보상선수가 필요했다. 유망주가 많은 팀 사정상 택하기 어려운 선택지였다. 10살 차이, 같은 포지션인 내야수 간 사인 앤 트레이드가 대안이었다. 롯데 박준혁 단장은 "정규시즌은 뎁스 싸움이고, 김민성은 내야 전 포지션 어디에 둬도 제 역할을 하는 선수다. 우리팀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상무 입대를 준비중인 한동희의 대체자 성격까지 더해졌다. 2월 중 1차 합격, 3월에는 최종 합격자가 각각 발표된다. 풀타임 시즌만 4번, 1군 통산 2300타석 이상, 539안타 59홈런 26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33이라는 커리어를 감안하면 상무 입단이 어렵진 않을 전망.
한동희는 최근 '강정호 스쿨'에서 1주일간 레슨을 받으며 부활을 꿈꿨지만, 군문제를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손아섭의 부활을 도운 강정호는 자신의 SNS에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어 아쉽다"는 글과 함께 이대호, 정훈, 한동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만약 한동희가 상무에 합격할 경우 오는 6월까지 1군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 '강정호 효과'를 보여주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이대호의 뒤를 이을 거포로 주목받았던 선수. 데뷔 시즌부터 1군에서 기용됐다. 첫 2년간 200타석 넘는 기회를 받았지만, 타율 2할1푼9리 OPS 0.599로 부진했다. 3년차 시즌부터 포텐이 터졌고, 2022년까지 3년간 타율 2할8푼4리 48홈런 OPS 0.807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이 걸린 지난해 부진이 뼈아팠다.
팀 동료 박세웅 나균안 윤동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혜를 입었지만, 한동희는 명단에 없었다.
올해로 25세. 더 늦기 전에 입대를 결정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는 야구가 없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기다리기엔 위험부담이 컸다.
김민수 역시 올해의 부진이 롯데에서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은 모양새가 됐다.
한동희가 부진할 때 기회를 잡지 못하고 동반 추락했기 때문.
현재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롯데는 여차하면 '지금 당장' 한동희 대신 주전 3루수로도 활용할 수 있는 김민성의 영입을 택했다.
김민성은 팀에 부족한 위닝 멘털리티를 채워줄 확실한 라커룸 리더이기도 하다. 5강 진입, 3년 내 우승을 공언한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의 입장에선 김민수의 잠재력보다 확실한 베테랑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었다. 빈 자리를 김민성과 오선진이 메워준 뒤, 전역한 한동희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